지난 주말 오전 남편은 망원역 근처에서 머리를 했고, 오후에 있는 일정까지 빈 시간이 생겼다.
공교롭게도 그 일정이 예식장이었기 때문에 밥은 먹을 수 없는 노릇이었고,
그래서 간단하게 커피나 마시자며 오랜만에 시내의 카페를 즐기기로 하기로 했다.
날도 좋고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라서
망원역에서 합정역을 지나 상수역 쪽으로 가는데
우리 앞에 펼쳐진 풍경에 어찌나 감사하던지-
합정역에서 상수역 쪽으로 이어지는 안쪽 골목길로 사람들은 '홍대솔내길'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명칭의 유례와 뜻은 알 수 없지만 이 길을 그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도 한참 후에나 알게 됐다.
정확한 도로명 주소로는 양화로 6길에 해당하는 곳이다.
작년 늦가을쯤에도 이 길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길을 가득 매운 가게들만 보였는데
봄에 오니 이런 풍경이 펼쳐질 줄이야-
게다가 서울에서 번화한 시내에서 이런 꽃길을 만날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길에서 만난 벚꽃들이 더 반가울 수밖에...
코로나 19로 인해, 유명 벚꽃길은 제쳐두고라도 살짝 먼 거리의 여행마저도 가지 않고 참고 있었기 때문에,
올해 벚꽃 구경은 그냥 동네 길가에 핀 가로수들로 대신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그렇게 그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합정역에서 상수역 카페거리까지 도착했고,
가려고 했던 카페를 지나쳐서까지 꽃구경을 하게 됐다.
그 길의 끝에서 만난 일본식 밥집은
벚나무와 어우러져 어느 일본의 골목길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에 가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갈 계획도 없고 갈 생각도 별로...
일본도 안 좋아하고
일본 풍도 안 좋아하고
대체적으로 일본 음식도 별로... (초밥은 뭐... 회를 좋아해서..ㅎㅎ;;)
이지만-
그래도 이 곳의 이국적인 느낌은 인정-
벚나무의 풍성한 가지 덕에
주차장 담벼락마저도 멋스럽게 느껴졌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깜짝 선물처럼 만난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의 벚꽃길-
오전 시간이라 사람도 없어서 더 좋았던
시내 속 벚꽃 맛집이었다.
'세상나들이 > 국내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눈에 반해버린 노을 맛집 경기도 안산의 탄도항 (4) | 2020.04.26 |
---|---|
이번 주말 절정 벚꽃길 충남 당진 순성면 벚꽃길 (0) | 2020.04.11 |
5분 동네산책으로 벚꽃구경. 금천구청역 주변 안양천 벚꽃길 (0) | 2020.04.08 |
드라이브스루로 벚꽃 구경 속초 설악산로 벚꽃터널 (2) | 2020.04.04 |
[랜선꽃놀이] 올해도 그곳에는 수선화가 만발하겠지 '서산유기방가옥' (0) | 2020.04.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