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5일
4월 첫째 주 (지난 주말) 충남 당진 순성면의 벚꽃 개화 상태
5년 전쯤인가부터
매해 벚꽃이 필 때면 찾고 있는 충남 당진시의 벚꽃길이 있다.
장점이 참 많은 곳이고 그 장점들이 내 취향과도 맞아서
나 혼자만 알고 싶고, 아끼고 있는 벚꽃놀이 장소이다.
주차장이 별도로 있거나 하진 않고
시작점과 끝점이 정해져 있는 곳도 아니다.
나는 보통 성북 2리 마을회관을 기준으로 돌아보는데
초행길인 경우 아미미술관이 좀 더 찾기 쉬우니 그곳을 중심으로 이 곳을 찾는 게 좋을 듯하다.
아미미술관은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곳으로
스튜디오 사진을 찍기 좋아하는 분들에게 취향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소개하는 벚꽃길은
고요하고, 넓고, 자연 그대로의 햇살과 소리와 풍경을 즐기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취향이 맞다고 할 수 있다.
옆에는 작은 천이 흐르고, 다른 한쪽으로는 밭이 보인다.
다른 때 보면 평범해 보이는 작은 마을의 시골길이지만 봄이 오면 이 곳엔 벚꽃 잔치가 벌어진다.
그 길이도 상당해서 아마 끝을 보겠다고 걸어갔다간 다시 돌아가는 길을 걱정하게 될 수도 있다. ㅎㅎ
사람 취향에 따라서 이곳이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이곳의 매력은 다음과 같다.
1. 사람이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 꽃구경 가능)
2. 그런데 수령이 오래된 벚나무들이 엄청 길게 심어져 있다.
3.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꽃구경을 놓쳤다면 개화시기가 일주일 정도 늦기 때문에
조금 늦은 사람도 벚꽃놀이를 할 수 있다.
4. 게다가 모든 구경이 무료다.
5. 벌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하고 맑은 마을이다.
그런데 길을 가다 다리 가운데에 서서 보면
어딘가에서 많이 본듯한 느낌이 든다.
물도 흐르고 그 주변으로 푸르른 풀들도 나있고
그 위로 펼쳐진 벚나무들의 향연~
진해의 여좌천과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다.
진해가 육지에서 가장 먼저 벚꽃의 개화를 알리는 곳이라면
이곳은 벚꽃의 마무리를 알리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서울 도심과 동네 벚꽃들도 모두 만개했던 지난 주말,
한마디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이 절정이었다.
잠실에, 여의도에, 사람들이 꽃길 폐쇄를 했음에도 기어이, 꾸역꾸역 그 북적거리는 곳을 찾았다는 뉴스가 도배되고 있었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사람 많은 곳은 싫어해서 폐쇄 여부와 상관없이 갈 생각은 없었던 터였다.
벚꽃 하면 이제는 당진의 이 벚꽃길을 자동적으로 생각하게 됐으니 말이다.
온 뉴스가 벚꽃으로 들끓으니
당진도 폈겠거니~ 하고 부랴부랴 가봤다. 나의 시크릿 벚꽃길~
많이 알려져 있지도 않고 벚꽃길이 엄청 길어서
빽빽하게 걷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자동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다.
같은 곳을 5년째 오고 있는 것 같은데 5년 내내 그랬다.
근데 도착해서 아차 싶었다.
-_-... 여긴 항상 수도권보다 일주일 정도는 늦는 곳이었는데... ㅎㅎㅎ
정말 마지막 벚꽃길을 볼 수 있는 곳인데 그 사실을 잠시 잊고 가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또 헛걸음을 했다.
그렇게 이곳은 이 주일에 걸쳐 두 번씩은 오는 것 같다. ㅎㅎ
전체적인 벚꽃 개화 상태는
꽃봉오리가 대부분이었고 어쩌다 한 두 그루 정도만 살짝 꽃이 피어있는 정도였다.
차 타고 오는 길에 보니
이 근방은 진달래와 개나리가 펴서 한창였다는 거.. ㅎㅎㅎ
분명 서울, 경기보다 남쪽인데
그것도 충청남도인데, 왜 항상 이곳의 꽃이 더 늦게 피는지 참 궁금하다.
그래도 그냥 가긴 아쉬워서
한가로움과 맑은 공기와 봄 햇살을 좀 즐기다 왔다.
한 가지 팁을 방출하자면
이곳 도로 확장도 좀 됐고
도로포장된 길의 길이도 좀 길어져서
자전거나 킥보드 같은 거 타기 좋다.
그런 방법으로도 벚꽃 로드를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게다가 일부 구간은 자동차로도 이동할 수 있을 만큼 길 폭이 확장돼 있기도 했다.
요새 유행하는 드라이브 스루 벚꽃길이랄까-
아무튼 이 날은 벚꽃이 봉오리 상태인 덕에 강둑에 핀 다른 꽃들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일부는 살짝씩 벚꽃이 펴있는 상태였다.
길 중간중간 안 보이던 의자들도 생겨있었다.
그리고 어딘가엔 원두막? 같은 것도 있어서 간식이나 도시락을 싸와서 먹을 수도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번 주말엔 김밥 싸 들고 가려고 계획 중이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도 들리고 조용하고 고요하고 참 좋던데
이것도 사람마다 취향인지
아미미술관을 다녀온 어떤 가족은
쓱 훑고 가면서
꽃이 다 펴도 별거 없겠다며
에이~ 별로야 - 하고 갔다.
나한테 뭐라고 한 게 아닌데
내가 좋아하는 곳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서운해지기도 했다.
아직 피지 못한 벚꽃은 다음 주에 오자며
짧은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바닥에 떨어진 벚꽃 가지 무더기를 발견했다.
누가 벚꽃 가지를 꺾어서 버렸나 싶어서 가까이 가보니
이 채로 바닥에서 자라서 꽃이 펴있는 게 아닌가 -
바닥에서 피는 벚꽃이라.. 정말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ㅎㅎ
그리고 차를 잠시 세워둔 곳의 벚나무 하나만 꽃이 펴서 꽃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여기를 알게 돼서 나는 참 좋다.
나만 알고 싶은 벚꽃 명당 벚꽃 로드~
아마도 사람들은 옆의 아미미술관을 더 많이 가고 더 많이 알겠지만
나는 이곳이 더 좋다.
아미 미술관은 한번 다녀온 걸로 끝냈는데
여긴 벚꽃시즌이 될 때마다 생각나서 찾게 된다.
나는 그냥 고요한 자연스러운 곳이 더 좋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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