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요새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콕 중이다.
올해 꽃은 못 보면 내년에 보면 되니까~
인생에서 한 번의 봄을 그저 보내야 하는 건 아쉽지만
이 한 번을 조심하지 않으면 예쁜 봄을 나를 비롯한 나의 가족이 평생 못 보게 될 수도 있기에...
이번엔 조용히 보내볼까 한다.
그래도 어디 어디 꽃들이 만발했다더라~ 하는 소식들은 들려온다.
그중 하나가 서산 유기방 가옥의 수선화 소식이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작년에 찾았던 그곳의 풍경이 눈앞을 스쳤다.
그렇게 일 년을 묵혀뒀던 사진들을 꺼내서 정리했고, 이 기회에 그때의 이야기들도 풀어보려 한다.
2019년에 6회를 맞았던 서산유기방가옥 수선화 축제
정식 축제 날짜가 끝나기 바로 전(4월 21일) 시들어가는 꽃 들이라도 보려고 찾아갔다.
주차장에서부터 수선화의 흔적들이 발견됐는데, 끝물이라서 그 모습은 슬플 뿐이었다.
그래도 한철 지나서 그런지 덕분에 주차는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는 게 위안이랄까 ㅎㅎ
다만, 이날 날이 안 좋아서 비가 오려 했는지 회색빛 하늘이라 많이 아쉬웠다는 거...
입장료는 5천 원이었는데 수선화가 많이 져버린 풍경도 한창때의 가격과 같다는 생각에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아무래도 예쁘고 화사하게 핀 싱싱한 꽃들을 보려면 작년이나 올해나 3월 말쯤 가는게 최고인 것 같다.
수선화 개화시기가 3월에서 4월사이라는데, 4월 중순을 넘어가면 아무래도 아쉬운 풍경들이 맞아줄 것이다.
표에는 초기 발표됐던 축제일인 4월 22일까지 관람이라고 쓰여있긴 했지만
주최 측이 계획했던 것보다 수선화가 좀 더 오래 버텨줬는지, 축제 기간이 연장됐다는 안내문이 보이기도 했다.
서산 유기방가옥은 서산지역 전통 양반가옥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여 조선 후기 주택사의 학술적 가치가 높은 건물이라고 한다.
온통 수선화 천지인데 그 가운데에 자리 잡은 풍채 좋은 한옥이 나온다. 그게 바로 그 유기방 가옥인 것이다.
입장권을 끊고 주변을 둘러보니
축제임을 알려주는 먹거리 포장마차라던가 농산물 직거래 장터 등의 천막들이 보였다.
올해 몇몇 분들의 방문기를 찾아보니 그런 건 없고 수선화들만 만발했다고만 한다.
그리고 축제는 취소된 것 같으나 입장료는 동일하다고 한다.
아무튼 이날 새벽부터 나선 길이었고 아침을 먹지 못했기 때문에
먹거리 포장마차촌에서 팔던 핫도그를 하나 사 먹었다.
핫도그를 워낙 좋아해서 혹해서 사 먹었지만 나중에 후회했다는...
(가격도 착하지 않고 먹고 나서 나중에 속이 안 좋았다.)
안쪽에 입장~
주차장에서부터 이어진 수선화는 입장권 검사를 끝낸 후부터,
본격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은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거나
일부는 시들어버리고
일부는 꽃잎이 떨어져 잎과 줄기만 남아있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꽃들의 무리가 절반 이상이어서
'수선화를 봤다' 정도는 말할 수 있었다.
벚꽃도 비슷한 시기에 피어서 언덕 중간중간 흩날리는 벚꽃잎과 수선화의 콜라보를 볼 수 있었다.
초입부에 작은 못이 있었는데
그 주변의 벚나무들은 심은 지 얼마 안 돼 보였다.
이때 당시만 해도 끝난지 얼마 안 된 핫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여기서 촬영했다며 홍보를 하는 안내문이 있었는데 그게 벌써 1년 넘게 지난 일이라니...
이런 걸 볼 때마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실감한다.
보존이 잘 됐다는 양반 댁의 가옥은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내부에는 이 집의 조상님들로 보이는 분들의 사진이 쭈욱 걸려있고 최근에 찍은 것 같은 (주인으로 추정되는) 분들의 사진도 방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쪽엔 정부나 기관 등에서 받은 상장도 주르륵~
앞 뜰에는 역시나 수선화도 있지만
한그루 밖에 없던 동백나무가 오히려 귀하고 예뻐 보였다.
뒤 뜰에는 장독대와 함께 또 수선화가 한창이었다.
방 문만 열면 보이는 수선화 풍경이라~
수선화가 주는 그 아른함과 청초함, 하늘거림을 한껏 즐길 수 있는 그곳이 참 좋아 보였다.
막상 실제로 살라고 하면 이런저런 것 때문에 불편해하겠지만 말이다 ㅎㅎ
한 가지 놀라운 건 이곳에서 한옥체험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
예약자 명단이 쭉 적혀있었는데
3월 예약 풀이었던 듯 ㅎㅎ
가옥을 지나서 본격적인 수선화 동산 구경을 나섰다.
집 뒤로 있는 동산이 꽤나 컸는데 그 곳이 모두 수선화로 가득 채워져있었다.
그래서 어딜보나 노란색과 초록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 창일 때 왔다면 좀 더 언덕 가득한, 싱싱한 꽃들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듬성듬성 이미 꽃이 떨어진 곳이 많았다.
소니 70-200mm gm으로 꽃들을 담아봤는데
이때 공부가 지금보다도 덜됐던 때라, 사진들을 볼 때마다 참 아쉽다.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둘러볼 만큼 꽃이 심긴 그 규모가 방대했다. 이전에도 이 정도였는지 아니면 점점 그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종의 꽃으로만 큰 언덕들이 모두 덮여있으니 그것도 좀..
하긴 그러니 이곳이 수선화로 대표될 만큼 명성을 날리는 것이겠지만....
원래 나무도 있고 다른 식물들도 있었을 텐데 그것들은 다 어디 간 건지 알길은 없다.
회색빛 하늘
늦어버린 방문에 시든 꽃들
그래서 아쉬움이 더 강하게 기억되는 이 날의 수선화 축제
그래도 찍어놓은 사진이 있어
그때의 꽃들과 그 시간들을 기억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숑 백팩에 이것저것 넣고 잘 메고 다녔는데
이젠 a7r2도 없고... 내숑은 멜 일도 거의 없고
모두 긴 겨울잠을 아직도 자고 있는 것 같다.
2019년 4월의 기억~
역시 사진은 묵혀야 제맛 ㅋ 숙성 사진으로 꽃놀이 중
혹시라도 이 사진들로 랜선 꽃놀이를 함께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 시기 잘 극복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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