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으로도 입춘도 지나고 매화다 산수유다 여기저기 꽃 소식은 들려오는데
전 세계적으로 사태가 심각한 시기인지라 마음 놓고 꽃 구경은 못 갈 것 같다.
대신 공기 좋고 날씨 좋은 주말, 넓은 공원을 찾아 나름의 봄 공기를 즐기고 왔는데
이날 꽃샘추위로 봄 공기는 무슨.... 정말이지 다시금 겨울 속으로 회기 한 듯한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왔다. ㅎㅎㅎ
그래도 답답함은 조금 가신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던 그 시간, 임진각 공원을 다녀온 이야기를 남겨본다.
지난 주말에 '드넓은 풍경'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찾아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공원만 간다면 입장료는 특별히 없다.
대부분 자차로 오기 때문에 주차료 정보가 제일 중요할 듯-
일반 승용차 주차료는 2000원
소형이나 대형은 1000원 정도의 가감이 있다.
특별히 시간제한이나 이런 것은 없고, 주차장도 넓은 편이라 특별한 날은 제외하고는 주차 걱정은 없어 보인다.
사람들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넓은 공원들을 많이 찾는 것 같다.
답답한 마음으로 어딘가는 가고 싶은데 너무 먼 것은 싫고, 그렇다고 도심은 위험할 것 같고,
서울 근교나 동네에 가까운 넓은 공원들을 떠올리게 된다.
모두 같은 생각인지 오히려 도심은 한적하고 공원들은 사람이 북적이는 현실-
어쩐지 공원은 사람이 많아도 거리만 잘 유지하고 마스크도 끼고 조심조심 다니면 덜 위험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실내도 아니고 공원은 뭘 만질 위험도 적으니 말이다.
평화누리공원은 주변에 높은 빌딩도 없고, 가로수도 거의 없는 언덕들만 있는 공원이라 연날리기에는 정말 최고의 공간이다. 심지어 옆에 강도 흐르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바람이 있는 곳이라 연도 잘 난다.
그래도 예전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나로서는 지금의 평화누리공원은 조금 아쉬웠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온 게 5년 전이었나- (그 이상인가?)
예전에 갔을 때는 참 넓고 평온하다는 느낌이 많이 나는 곳이었는데
넓었던 언덕을 없애버리고 캠핑장을 새로 만든 것인지... '드넓음'이 사라지고 예전 언덕의 1/4 규모로 줄어든 것 같이, 엄청 작게 느껴졌다.
게다가 공원 안쪽에는 안 보이던 카페 건물도 새로 보이고, 주차장 옆에는 곤돌라도 생겨있고 뭔가 많은 것이 바뀌어있었다.
그래도 평화누리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던 물 위의 카페 건물은 그대로 였다.
공원에 있던 대한민국 지도 모양의 바람개비라던가 사람의 형상을 한 대형 조형물들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뭔가 옹기종기 다닥다닥 붙은 느낌이 나는 건 대체 뭘까-
위치가 바뀐 걸까 내 마음이 바뀐 걸까-
빨간 대형 압정은 이번에 가서 처음 봤는데, 그 앞에 있는 빨간 바람개비와 파란 하늘이 색 매치는 좋더라.
5년 전 함께 왔던 일행도 그때 이후로 오지 않았다가 이번에 함께 다시 왔는데, 왜 이렇게 작아졌지?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 걸 보니, 5년 전의 기억이 망각은 아닌가 보다.
넓은 언덕 위로 넓은 하늘이 펼쳐지고 불어오는 바람을 사진 속에 담을 수 있었던 그곳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버렸다.
개발이나 돈이 아닌 비움의 미학, 갑갑함을 풀어줄 그곳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것을 볼 때마다 씁쓸함이 밀려온다.
인기가 많아지고 유명해지면
'왜 그렇게 됐는지 알아보고 그래서 그것을 손상 없이 잘 보전'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곳들이 더 많아지는 것을 보면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인가 싶다.
하늘은 파랗고 공기도 좋고 날씨가 정말 좋았다.
대신 바람은 한 겨울처럼 느껴지는 칼바람이 사정없이 불어왔다.
집에서 출발할 때도 바람은 차가웠는데 여기 바람이 막힘없이 불어와서 더 춥게 느껴졌다.
혹시나 해서 롱패딩 입고 갔는데 정말 그거 아니었음 큰일 날 뻔했다며...
그런데 이런 날씨에도 일행 중 한 분은 5부 바지에 얇은 차림으로 가서 사람들의 걱정스러운 시선과 함께 추위를 만끽하기도 했다. ㅎㅎㅎ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하면 사람들이 많이 떠올리고, 가장 많이 사진을 찍는 것이 바람개비와 바로 이 사람모형의 조형물이다.
예전에는 언덕 윗부분에 긴 천이 휘날리는 것도 있어서 느낌 좋았는데 그건 언제 사라진 건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예전에 비해 작아진 것 같아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수도권에서 이렇게 펑~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이, 아직까진 그리 많지 않아서 사람들은 이곳을 찾는 것 같다.
그나마 사람들과 떨어져서 바깥바람을 맞을 수 있는 이런 곳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걸릴 게 없는 탁 트인 하늘을 보고 있으니 나도 연을 날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새 모양의 연이 하늘에 떠있는 것을 보는데 어떤 것은 정말 독수리가 떠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찬바람을 이겨낼 재간도 없고, 파란 하늘은 담아냈기 때문에
노을이 질 때까지 카페에서 몸을 녹이기로 했다.
예전에는 카페가 이곳 한 곳뿐이라서 사람이 북적거렸는데
지금은 한 동이 더 생기기도 했고,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앉을 자리도 있고 조금은 한가했다.
1층보다는 2층의 분위기와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더 괜찮다.
창문에 얼룩이 많은 것이 흠이었지만 창으로 내려오는 빛은 좋아서 햇살 맛집이기도 했던-
한 커플이 노을이 내려오는 시간대에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는데
그 모습이 예뻐서 사진으로 담고 싶었지만- 그냥 참는 걸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추위를 녹이다가 해가 차츰 내려와서 부드러운 빛으로 바뀔 때 다시 나와서 사진을 찍었다.
내려앉는 햇빛이 황금빛으로 맑았던 것과 구름이 있었던 덕택에 좀 더 다이내믹한 풍경이 나왔다.
낮과는 다른 색으로 빛나는 하늘은 딱 이 시간대에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파란색과 황금색과 잘 하면 보랏빛으로도 빛나는 하늘을 볼 때마다 인간은 절대로 자연을 흉내 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변해가는 하늘빛을 보니 계속해서 감탄이 절로 나왔지만 그와 동시에 바람도 함께 세져서 콧물과 떨림도 함께 왔다.
그렇게 풍경을 오감으로 느꼈기 때문인지 더 스펙터클하게 보였던 건가 ㅎㅎㅎ
요새 가장 큰 소원은 코로나와 빨리 안녕하고 싶은 마음이다.
자연은 알아서 시간이 흐르는데 우리들 마음만 집 안에 박혀서 아직까지 겨울인 것 같다.
근데 수도꼭지 조형물은 여기저기 왜 서있는지 아시는 분?
뜻이 있으니 많이 서있는 걸 텐데... 내 머리로는 연상이 잘 안된다.
뭔가를 덜 만들었으면 좋겠다.
비워냈음 좋겠다.
넓고 시원한 하늘과 그나마라도 남은 공원의 언덕이 보전됐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강 하나만 넘으면 북한인데-
그렇게 가깝다는 걸 지도를 볼 때마다 새삼 느끼며 동시에 새삼 놀란다.
만약에 통일이 된다면 그곳도 개발한다고 다 뒤집어엎겠지...
그게 가장 두렵다. 그 자체로 보전하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길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텐데
내가 손에 넣을 수 있는 이익, 지금! 나! 만 생각하니 말이다.
낮에는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늦은 오후엔 다른 때보다 붉게 빛났던 노을,
참 예쁜 날이었다.
하지만 내 기억과 다르게 변해버린 그곳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제는 제대로 된 봄을 맞이하고 싶다.
미세먼지 말고
바이러스 말고
꽃이 가득한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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