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샌 어딜 특별히 나가는 일이 적어서 그동안 묵혀둔 사진들을 정리하는 일이 많아졌다.
적게는 1년, 혹은 그보다 훨씬 더 숙성된 사진들이 있는데
그걸 볼 때마다 내가 사진을 찍는 스타일이나 편집 방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걸 새삼 알게 된다.
나는 그냥 비슷하게 해 온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른 지금에야, 그때의 내 취향들이 보인다.
그렇게 보다 보면 어떤 것들은 부끄러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내가 찍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사진들도 있다.
사진을 찍다 보면
실력이 없을 땐 좋은 장비로 그 갭을 채워줘야 하고, 실력이 향상되면 반대로 실력이 장비의 갭을 채워주게 된다.
아직은 나도 계속해서 배우는 중이긴 하지만, 점점 저 말의 뜻이 뭔지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이때 당시엔 다른 건 몰라도 없는 실력을 위해 장비들이 열 일을 하던 때였나 보다. 사진을 보며 과거의 나와 연결되는 시간, 그리고 그때의 기억의 살려 보내는 시간-
요새 그렇게 사진을 더듬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작년 4월, 조금 늦게 피는 지역으로 벚꽃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곳에 아직은 꽃이 피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방향을 틀어 짬뽕에 커피로... 먹거리 나들이로 채워버리게 됐다.
점심을 먹은 짬뽕집 글은 갔다 온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썼는데 카페 글은 왜 이렇게 늦어지게 됐는지 ㅎㅎㅎ
한 날에 일어난 일이 1년을 두고 이제야 만나게 됐다.
부천 범박동 카페 거리에 있는 '심야카페 5301'
지도에서 찾을 때는 뒤에 붙은 숫자는 떨어져 나간다.
5301의 의미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도 그 뜻이 궁금하긴 하다.
5와 0과 3이 합쳐지면 요샌 그렇게 명쾌한 기분이 들진 않지만...
카페가 있는 거리는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거리였다.
이 주변으로 밥집에 요즘 느낌의 카페들이 꽤나 많이 보였고 깔끔한 느낌과 함께 한산한 느낌도 동시에 느껴졌다.
게다가 이 날은 날도 흐리고 바람도 불고 약간은 쌀쌀했던 날씨였던 지라 거리가 더욱 허전하게 느껴졌다.
카페 앞쪽으로는 앉을 수 있는 야외에 앉을 수 있는 자리들이 마련돼 있었고, 원두 자루 나무 위에 분필로 쓴 문구들로 꾸며져있었다.
이 동네를 사는 지인이 이곳을 추천해서 데리고 갔는데 이것저것 따지고 기록하는 내 취향을 위한 배려였다.
지금에서야 글을 쓰려고 검색하다 알게 된 것이지만, 이 카페를 소개하는 포스팅은 많이 없지만 이용해본 사람들의 평가점수는 높은 편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신뢰하는 사이트의 평가 점수 기준)
*글을 쓰면서 가게의 기본 정보(가게 문 여는 시간이라던가 휴무일 등)를 위한 검색을 하면서 갔다 온 곳에 대한 부수적인 정보들도 접하게 된다.
작년 찍은 사진을 보면 정기휴무는 월요일이었는데, 지금은 일요일로 검색된다.
자세한 건 전화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할 수도~(070-4400-2770)
그리고 오전 11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운영된다.
일주일에 하루는 드로잉 수업이 있는지 회원 모집을 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카페 안쪽에선 직접 그린 그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자리도 많고 꾸며진 것들이 많은 곳이었지만, 천장이 높고 앞에 창이 커서 그런지 답답하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었다.
이 카페의 특징은 인테리어보다도 커피에 있었다.
여길 데리고 온 지인은 이곳에서 직접 원두를 볶고, 핸드드립도 하고, 커피 잔에도 신경을 쓸 만큼, 커피에 대한 자세가 남다른 카페로 이곳을 소개했는데 카페 이곳저곳에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예쁘기만 한 카페와 커피에 대한 철학이 있는 카페 요새 카페들은 그렇게 양분화 돼가는 것 같다.
모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겠지만, 너무나 예쁘기만 한 곳은 어쩔 땐 허무함이 밀려올 때도 있다.
직접 그린 그림들로 꾸며져있던 메뉴판
핸드드립은 원두 종류별로 선택을 할 수 있고,
에스프레소로 추출된 커피는 3천 원부터, 착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당연히 더치커피도 직접 내리고 있었고, 산지별 원두 드립 백도 주문해서 구입 가능했다.
커피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직접 만든 과일청이 들어가는 음료들도 맛볼 수 있다.
디저트와 커피가 묶인 다양한 세트메뉴도 있었고, 개인 카페로서는 드물게 카페 상품권도 판매 중이었다.
커피를 주문하니 기다리는 동안 마실 차를 한 잔씩 내주셨다.
이 차는 일반 물 같지만 연하게 우린 커피 물로 고소한 향이 은은하게 감돌았다.
여러 커피 도구와 벽에 붙어있는 글귀, 그림들을 구경하는 것도 이 카페에서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였다.
한눈에 보기엔 혼잡해 보이지만 그 혼란 속에서 보이는 묘한 일관성이랄까-
누군가 그렇게 표현했던 말이 이곳과 잘 맞는 것 같다.
음식은 그에 맞는 그릇을 적절하게 썼을 때 더욱 좋은 맛을 느끼게 해준다.
음료도 음식의 일부로 이에 해당한다.
어떤 잔에 음료를 담아내느냐에 따라 입안에 들어와 퍼지는 맛을 다르게 해준다. (술도, 차도 이건 마찬가지다.)
에스프레소, 모카잔, 일반 커피잔, 티잔 등 찻잔의 종류를 다르게 구비하고
그에 맞는 잔에 음료를 내어주는 적절함과 섬세함이 심야카페의 커피 철학을 한 번 더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냥 마실 때는 잘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다양한 잔을 놓고 비교해보면
잔의 형태에 따라 입안에 들어오는 음료의 양의 차이, 그로 인해 입안에서 퍼지는 정도 등이 달라져서 맛의 차이까지 생긴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 취미가 또 술잔, 찻잔, 그릇을 수집하는 거라... 왜 그릇마다 가격차이가 생기는지 집에서 실험해봤는데 그 결과가 그러했다. ㅎㅎ 디자인이나 브랜드 값도 있지만 분명한 건 비싼 건 비싼 만큼 다른 점이 분명 있다.)
그건 카메라도 마찬가지..ㅠㅠ
요새 영상 찍을 때 쓰는 카메라는 소니 넥스 3n(nex-3n)다. 가볍고 막 쓰는 편안함 때문인데, 결과물은 언제나 슬픈 게 현실 ㅎㅎ
그런데 이 카페 갔을 때 a7r2로 찍어둔 영상을 보니 너무 차이가 난다. 힝... ㅠㅠ..
무거운 거 싫은 데다가 현실은 텅장인 지라 욕심은 부리지 않지만 그래도 너무 극과 극으로 차이 나는 건 부정할 수 없다.ㅎㅎ
졸졸졸- 거의 방울에 가까운 물줄기로 드립을 해주시기에 그 장면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봤다.
귀찮고 부담스러우셨을 텐데 응해주셔서 감사했던 순간이었다.
집에서 커피를 내려마실 때 드립을 해주는 곳에서 본 방식을 나름 따라 해보는데 이런 자료들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나와 남편, 그의 친구들이 함께 찾은 곳이었는데
남편이 좋아하는 장난감들도 많이 있고, 나는 내 관심사인 커피 관련 도구들이 있어서 서로 흥미롭게 이곳저곳을 구경하기도 했다.
기다림 끝에 나온 커피들~
일행 중 한 명은 라테를 좋아하는 터라 라테를 시켜서 꽃 한 송이가 그려진 커피를 받았다.
그리고 나머지 모두는 순수한 커피들로 한 잔씩 골랐다.
1년 정도 시간이 지난 때라 어떤 커피를 누가 시켰는지, 그때의 맛이 어떠했는지까지는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이 카페에 대한 분위기와 그때 마셨던 커피가 대체적으로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남아있다.
각자 고른 커피들이 원두가 다 달랐기에 그 맛도 다 달랐고, 눈이 띠용~은 아닐지라도 꽤 괜찮은 맛이었다는 느낌이 남아있다.
어차피 내가 괜찮았다 할지라도 기호인지라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겠지만-
정말 맛이 없었거나 분위기가 별로였거나 기분이 나쁜 곳이었다면 나쁜 기억으로 남았을 텐데
이 곳은 꽤 괜찮은 느낌으로 남아있다.
이렇게 오늘은
조용하고 사장님의 커피 철학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라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좋은 기억으로 남은 부천(범박동)의 심야카페에 대한 기억을 풀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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