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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활동/읽은책

읽는 사람도 방랑하게 만든 '방랑자들' 올가 토카르추크

by 꼬곰주 2019.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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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들(bieguni). 올가 토카르추크

 

 

방랑자들
- 지은이: 올가 토카르추크
- 옮긴이: 최성은
- 출판일: 2019년 10월 21일
- 출판사: 민음사
- 페이지 수: 620
- 정가: 16,000원 (할인가 14,400원), e북 10,080원

 

이 책의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는 폴란드에서 유명한 작가로 폴란드의 여러 문학상들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특히나 이 '방랑자들'은 폴란드뿐만 아니라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방랑자들 수상이력]

- 2008년 폴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니케 문학상 대상

- 2018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분 수상

-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

 

 

 

 

책 제목이 말하듯이 '방랑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소설은, 장편소설이라고 구분이 된 것과는 다르게 짧은 여러 개의 다른 이야기들로 엮어져 있는 일반적인 소설과 다른 형식으로 되어있다.

600페이지 정도 되는 종이에, 그것도 아주 작은 글씨로, 수많은 이야기가 꾹꾹 눌러 담아져 있는데, 솔직히 문장의 구조나 이야기의 시간적 배열도 일반적이지 않고 친절하지도 않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게 짜여 있다.

 

난해한 문장들, 뒤엉킨 시간, 화자의 의식도 왔다 갔다 해서 읽는 사람도 방황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 책의 내용들을 하나로 엮어서 줄거리를 요약하기는 힘들다.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고 정말 수많은 방랑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들 속에는

* 인간 신체(해부학적인)에 대한 방랑

* 여행을 하는(방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방랑

* 방랑을 위해 타기 위해 가는 곳들에서 만난 방랑(공항, 지하철 등)

* 동물에 대한

 

등등등 여러 종류의 방랑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런데 내 생각은...

수상한 이력이 많고, 노벨상도 받았다고 하니 처음엔 호기심이 일긴 했었다. 

하지만 너무 권위 있는 상들을 받았다고 하는 책들은 그다지 나와 맞지 않았다. 

역시나 이 책 또한 그랬다.

 

상을 받은 이력들이 참 화려한 작품들을 보다 보면 '이 작품이 대단한데 내가 모자라서 그 위대함을 모르나 보다.....'라고 하면서 자신을 작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해 못할 글이라 생각한다.

 

난 보통사람이고 지극히 정상이다. 근데 나를 포함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서 난해하다고 한다면 그냥 이글 자체가 난해한 글이라서가 아닐까?

난이도가 있어서 어렵고 쉽고의 문제가 아니고, 일부만 감동받거나 극찬할 작품을 선정하는 무리들의 생각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어떤 이는 'A라고 말했는데 사람들이 B. C. D 등으로 잘못 알아듣는다면 그건 말하는 사람이 잘못한 거일 수도 있으니 돌아보라'라고 한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그 문장을 이 책에 적용시키고 싶다.

 

방랑자들은 전체적으로 너무 난해해서 읽다 보면 한 문장 한문장 읽을 때마다 한숨이 나오게 만들었다.

솔직히 짜증도 났다. 아마도 자진해서 이 책을 골라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취향의 문장 구조를 가진 글도 아니고 구성도 난해하고, 페이지도 많고, 글씨 크기도 작은.. 악조건들만 꾹꾹 눌러 담은 이 책은 어떤 이들은 여러 각도로 해석이 돼서 좋다고 평가할 수는 있겠으나, 

 

정말 좋은 작품은 

- 모두가 쉽게 읽을 수 있는 방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쓰여서

-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계속 남고 마음을 울려야 하지 않을까?

- 예를 들자면 '어린 왕자'처럼 말이다.

(어린 왕자는 어린이 동화라고 말하지만, 그건 분명 성인들에게 더 큰 울림을 주는, 성인들을 위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난 또 다른 책

이 책을 읽으면서 삐에르 부르디외 의 '구별 짓기'라는 책이 계속 생각났다.

(이 책도 딱 한 문장을 위해 말을 베베 꼬아 어렵게 유식한 척+돌림노래를 하며 글을 써서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분명한 그 한 문장은 깨닫게 해 줬다.)

 

구별 짓기라는 책에서는 

어떤 그룹들은 자신들이 남들과 다르고 우월하다는 것을 보이고 증명하고 싶어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든다고 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자면, 명품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게 엄청 대단한 듯이 말하지만 알고 보면 문화적 계급을 만들고 싶고 남들과 다른 '구별 짓기'를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난 상을 받았다는 작품들을 보며 이 책의 그 내용을 떠올린다. 

대중보다는 평론가나 계급이 있어서 문화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그룹들이 그냥 '구별 짓기'위해 

만든 상들을 수여하며 잔치를 치르는 게 아닐까 하고~

 

 

 

 

그래도 어떤 부분은 괜찮았다.

 

· 중간중간 표현법이 좋다거나 생각해 보지 않은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봐서 색다른 시각들을 엿볼 수 있었던 것

· 난해한 부분은 그냥 다 이해하려 하지 않고 넘기면서 읽다 보니 의외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것

· 아주 가끔 어떤 부분에선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다는 것

 

 

[문장 수집]

- 진정한 신은 동물이에요. 신은 동물 속에 있죠. 그렇게 가까이 있는데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에요. 동물은 매일 우리를 위해 희생하고, 죽음을 반복하고, 자신의 몸을 바쳐 우리를 먹이고, 자신의 가죽으로 우리에게 옷을 지어 입히고, 의약품 테스트를 허용하게 해 줘요. 우리가 더 오래, 더 잘 살 수 있게 하려고요. 그렇게 우리에게 애정을 표시하고 우정과 사랑을 전하는 거죠.(p.106)

 

- 뭔가를 글로 묘사한다는 건, 그것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해서 결국엔 그것을 망가뜨리게 된다. (중략) 특히 장소에 관한 글이 그렇다. 여행 안내서들은 침략이나 전염병처럼 지구의 상당 부분을 파괴하고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 다양한 언어로 수백만 부를 찍으면서 해당 장소를 속박하고 약화시키고 그 윤곽을 지워버렸다. (중략) 뭔가를 글로 쓴다는 건, 그것을 파괴한다는 의미였다. (p.108)

 

- 그것은 마음의 상태에 관한 문제였다. 그는 매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하나는 민감하고도 고통스러운 쪽이었는데, 자신이 다른 이들보다 열등한 존재이며 다른 이들이 모두 가진 것을 갖지 못했다는 생각, 뭐가 잘못되었는지조차 잘 모르는 망할 놈의 낙오자라는 생각이었다.

(중략) 또 다른 선택은 자기가 남들보다 우월하고 독보적이며 특별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었다. (p.138)

 

- 젊을 때는 병들고 아프다는 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자신은 영원히 청춘일 거라는 정체 모를 확신을 품는다. 또한 우리는 고령자를 대할 때, 노화가 마치 그들의 잘못인 양 취급한다. 당뇨병이나 동맥 경화증처럼 그들 자신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치부하기 일쑤다. 하지만 노화라는 질병은 무고하고 결백한 사람들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p.584)

 

- 어서 일지를 꺼내고 기록하시라!...(중략) 그것이 가장 안전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기에. 우리는 문자와 이니셜을 서로 교환하고, 종이 위에 서로를 불멸로 남기고, 서로를 플라스티네이션 처리하고, 문장의 포름알데히드 속에 서로를 담글 것이다. (p.601)

 

 

 

 

방랑자들을 조금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팁

 

- 폴란드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조금 알고 읽으면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질 것이다. 

- 짧은 여유 시간이 생기면 조금씩 나눠서 읽으면 재미있게 느껴진다. (단숨에 다 읽으려 하면 머리가 어질 거림. 잘못하면 화날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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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전체적으로 그리 유쾌하진 않은 이야기들이 모여있고, 왠지 읽는 사람을 사람을 화나게 혹은 정신 상태를 방랑하도록 만드니, 마음의 준비는 하고 책을 펼치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무튼 이 '방랑자들'은 올해 독서한 책 중 나를 가장 방황하고 정신을 방랑하게 만든 최고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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