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글/사진 꼬곰주
빨강 머리 앤
(더모던 감성클래식 2, 양장본)- 지은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
- 옮긴이: 박혜원
- 출판일: 2019년 5월 10일
- 출판사: 더모던
- 페이지 수: 532
- 정가: 16,800원 (할인가: 15,120원), e북 7,920원
TV 애니메이션 원화와 함께 읽는 '더모던 감성클래식'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빨강 머리 앤'
어릴 적 TV에서 해주던 만화를 본 적은 있지만, 내용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노래 주제가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가끔 흥얼거리곤 했다.
최근 들어 빨강 머리 앤 전시회도 하는 것 같고 일러스트 상품 같은 것들도 유행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 붐이 왜 지금 일어나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혹시 이런 책들이 나와서 그런 것일까?
내 기억에는 그다지 좋은 느낌이라거나 재미있다거나 하는 만화가 아니었고, 그래서 그런지 난 그 복고 열광에 공감대가 없었다. 지금도 영화를 보면 세세한 내용보다는 느낌(재미있다, 무섭다, 슬프다 등)으로만 기억하는데, 빨강 머리 앤은 아주 어릴 때 만화로 대충 본 것이었으니, 기억날 리가 없었다. 게다가 내가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앤이 누명을 쓰거나 구박을 당하거나 였든 듯... (그럼 내가 본 것이 녹색 지붕 집에 오기 전 고생한 앤의 이야기였나?... 알 수 없음;)
그런데 지금에서야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왜 이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 머리 앤을 좋아하는지 납득이 갔다. 나도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이 소녀가 좋아졌으니 말이다.
빨강머리앤을 쓴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작가는 주인공 앤에게 자신을 투영시키고, 자신의 성장 배경을 소설 속에 상당 부분 녹여냈다.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여러 집을 떠돌며 자란 소설 속의 앤, 그리고 녹색 지붕이 있는 동네와 10대가 되어서 공부를 하는 시내의 배경과 이야기까지, 작가의 삶과 닮아있다.
이 책에는 앤이 11살 꼬마였을 때부터 성인이 바로 되기 전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앤의 이야기는 실수로 인해 매슈와 마릴라 남매에게 입양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구체적인 내용이야 너무나도 잘 알려진 것이라 따로 설명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작은 폰트와 줄 간격이 왠지 좁아 보이는 느낌에 읽는 것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11살의 앤은 어찌나 말이 많고, 종잡을 수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지-
글로 읽는데, 바로 옆 딱 붙어서 앤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음성지원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적응이 됐는지 정신은 여전히 산란한데, 그 상상이 은근 재미있기도 해서 귀엽게 보이기까지 했다.
책 중간중간 그림들이 나오는데, 어릴 적 만화로 보던 바로 그 그림들이었다. 내용은 기억 못 해도 앤의 모습과 주제가 만은 선명히 기억한다. 그래서 어릴 적 봤던 앤의 모습을 시간이 흘러 이렇게 다시 보게 돼서 정말 반가웠다.
앤에게는 정말 큰 힘이 있다. 바로 '초긍정' 그리고 '무한 상상'
슬프거나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을 '상상'의 힘과 '긍정'의 힘으로 다 극복한다.
단, 자신의 외모에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만 건들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하에, 언제나 밝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며 이겨낸다.
그런 점들이 매슈와 마릴라의 마음을 변화시켰고, 주변인들의 마음까지 매료시켰다. 처음에는 매슈와 마릴라 같은 마음씨 좋은 사람들에게 앤이 입양돼서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앤 스스로가 초긍정의 힘으로 결국 자신을 좋은 일로 인도하게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책에서는 매슈의 죽음과 마릴라가 병이 들면서 앤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제발 슬픈 이야기는 없길 바랐건만...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순 없으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ㅠㅠ
앤의 이야기를 보면서,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충분히 기뻐하지도, 무난하고 예쁜 나날들에도 감사하지 않으며, 불평만 늘어놓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
그리고 책 속에서 커가는 앤을 보면서 마치 내가 매슈와 마릴라가 된 듯이 흐뭇함이 느껴졌고, 10대 후반이 되면서 앤의 재잘거림이 점점 줄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앤이 좀 더 늦게 컸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앤이 더 크면 영영 작별해야 할 것 같아서 아쉬웠던 것이다.
책을 펼치기 전 가졌던 '빨강머리 앤에 대한 열광'에 대한 의문이 모두 풀렸다. 맑게 밝게 긍정적으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마음속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 소녀였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고, 만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책 속에 사는 앤의 모습이 예뻐 보이는데, 자칫 만화로 그 사랑스러움이 손상될까 봐서-
주제가에 나오는 그 가사가 딱 맞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빨강 머리 앤'은 예쁜 소녀의 이야기로 나 자신도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이건 여담이지만... 현실에서 이렇게 말 많은 사람을 직접 만난다고 생각해보면.. 그리고 그 사람이 생각도 엉뚱하다고 한다면... 나는 정말 힘들어할 것 같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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