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산문
글/사진 꼬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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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개인적인 취향에 기초하여, 정말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아마도 지금부터 쓰는 김애란 작가의 '잊기 좋은 이름'에 대한 글은 나를 힘들게 할 것 같다. 이유는 신나서 쓰는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할 말이 별로 없다.
내가 좋아하지 않고, 나에게 읽는 즐거움을 주지 못한 이 책은 솔직히 '어쩔 수 없이 겨우 읽어냈다'라는 느낌만 강하게 남았다. 읽는 내내 고통이었달까- 아주 지극히 내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지만, 적어도 나에겐 분명 그랬다.
그동안에는 '김애란' 작가를 알지 못했고, 첫 만남이 이 책이다. 사람과의 만남도 그렇지만 첫 만남에서 나와 맞지 않음을 느끼면 그다음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의지와 다르게, 혹은 생각지도 못한 계기로, 만남이 계속되거나 첫인상이 바뀌는 경우도 많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힘들 것 같다.
잊기 좋은 이름
- 지은이: 김애란
- 출판일: 2019년 6월 7일
- 출판사: 열림원
- 페이지 수: 304
- 정가: 13,500원 (할인가 12,150원)
작가 '김애란'
- 소설가
- 대표작: 달려라, 아비 / 침이 고인다 /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 두근두근 내 인생 / 비행운 등
-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 작가 상 대상,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
수상 경력이 정말 화려하다. 문학계에서는 정말 대단한 인물인 것 같다.
나는 잘 몰라도 수상 경력이 줄줄이 나올 정도니, 그렇다고 대충 짐작할 뿐이다.
소설가라고 하던데, 이번에 내가 읽은 것은 작가의 첫 산문이었다. 산문이란 일상의 언어로 쓰인 자유롭게 쓴 글이다. 그래서 이 글은 거의 일기라 할 수 있다.
내 생각을 가득 담아 이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문학적인 묘사로 일상을 그려낸 일기'라고 하고 싶다. 차라리 소설이 첫 만남이었으면, 상황 묘사를 세밀하게 해냈다고 표현했을 수도 있겠다.
'다른 사람들에겐 좋을 수도 있겠으나, 나에겐 정말 아닌'
분명 한글이고, 뭔가를 묘사하는 글이긴 하다.
엄청 고도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그런 문장들도 아니다.
그런데 잘 읽히지 않고, 어쩌면 작가만 알고 있는 사물이나 느낌, 장면에 대한 작가 나름대로의 묘사라서 전혀 난 상상이 안되고 공감도 안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나에겐 정말 맞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섬세하고, 시적이고, 문학적으로 우수한 표현들이 가득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었는데, 대체 왜 제목이 '잊기 좋은 이름'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책 표지에 쓰여있는 글에서도 도대체 모르겠는 말들만 쓰여있어서 날 좌절하게 만들었다.
그냥 읽다 보면 큰 깨달음이 오겠지 하면서 꾸역꾸역 읽었다. 어느 부분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다시 읽고 또 읽고,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조금이라도 집중력을 놓았다 하면 전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는, '검은 것은 글자, 흰 것은 종이' 임을 느끼게 해줬다.
제목과 책 내용의 분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답은 책의 가장 마지막 '작가의 말'에 다 나와있었다. 딱 2페이지, 그것도 꽉 차지 않은 몇 줄 안되는 그곳에서 그나마 설명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자신을 스쳐간 '사람의 이름, 풍경의 이름, 사건의 이름'들에 대해 쓴 글이라고...
작가가 이렇게 명쾌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도 처음 한 구절이었다.
자신에게 머물다 간 이름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책을 지어냈다고 한다. 자신의 일기도 책으로 엮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일기가 참 '문학적'라고 생각할 수 있게 쓴 것은 작가의 능력이고, 그것이 부럽기도 했다.
혹시나 나처럼 이 책이 낯설고, 제목에 많은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의 가장 뒷부분, 작가의 말 2페이지를 가장 먼저 읽고 시작하길 권한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 나를 부른 이름
1부에서는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자신의 사건, 가족, 자신 이야기'가 담겨있다.
2부: 너와 부른 이름
2부에서는 자신과 만났고,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예를 들면 자신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지인을 바라보고 작가가 느낀 점을 쓴 것이랄까-
3부: 우릴 부른 이름들
3부에서는 자신이 보았던 풍경과 사건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곳에서는 다른 소설이나 영화 속에 있던 장면을 오버랩 하기도 하고, 전 국민이 충격을 받았던 커다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 커다란 사건 중 하나는 잊지 말아야 할 이름인 '세월호'도 있다.
작가 자신의 경험에 빗대서 한 이야기라서 '아~ 이 작가도 보통의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기진맥진한 권투 선수가 다시 링에 올라야 할 때 울리는 '땡'소리처럼 단도직입적인 게 아니라 체조선수가 허공에 풀어놓은 리본처럼 운다. 마치 '시간'이 아닌 '시간의 테두리'를 흔들어 보여주듯.」(p.139)과 같은 문장을 만나면 대체 뭘 어쩌라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상 속 이야기를 풀어내는 중간중간 이런 문장이 하나씩 있었다.
가끔 어떤 단어를 놓고, 자기 방식대로 풀이하고, 자신의 경험을 그 단어와 연결하는 독특한 글들도 있다.
또 ㄱ, ㄴ, ㄷ, ㄹ.... 한글의 자음을 나열하고, 그와 관계된 단어를 제시하고, 또 그 단어와 연결해 인물을 묘사하고 설명하기도 한다.
재미있고, 신선한 표현 방식이나 눈만 껌뻑거리게 만들고 다시 읽고 다시 읽어서 겨우' 아~ 그냥 이런 흐름이구나'라고 겨우 넘기고야 마는 글들도 많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작가가 읽었던 책 이야기가 나오고, 그 책을 기본적으로 읽었다는 전제하에 이야기가 흘러간다.
물론 다 설명할 이유는 없는 '자유로운' 작가의 글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형식을 가진 글을 가장 싫어하는 나로서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공감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제목은 '잊기 좋은 이름'이지만, 세상에 '잊기 좋은'이름은 없다며 책이 끝난다.
아마도 역설적으로 병렬구조로 놓은 그런 것이었나 보다.
'이름'이라는 단어 안에 함축적으로 모든 것이 담겨있겠지만, '이름'은 사람, 사건, 가족, 나의 이야기로 풀이할 수도 있겠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짐작해본 '잊기 좋은 이름'
1. 문장이 아름답다.
2. 문장이 시적이다.
3. 문학적으로 뛰어난, 예술성이 있는 글일 수도 있다.
4. 묘사가 참신하고, 아름답다.
5. 잔잔하다. 고요하다.
6. 일상 이야기다. 누군가의 일기를 읽는 느낌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내 취향으로 솔직하게 말하는 '잊기 좋은 이름'
1. 아- 문학적인 글을 쓰는 작가님들의 일기는 차원이 다른가 보다.
2. 일기도 이렇게 어렵게 쓸 수 있구나
3. 난 보통 사람이라서 너무 묘사가 많고, 예쁘기만 한 이 책은 '읽기 힘들다. 어렵다. 난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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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은유 작가의 '다가오는 말들'을 읽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난 그냥 사실 전달, 명확한, 보통의 일상적인 문장을 가진 글과 책을 좋아하나 보다.
내가 문학적 소양과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가? 잠시 주눅 들기도 했지만, 아니다. 그냥 단순히 내 '취향'의 문제라고 결론 내렸다. 말하는 사람이 A를 말했는데, 알아듣지 못하거나 B라고 잘못알아들으면, 듣는사람도 잘못이 있겠지만 분명 말한사람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난 작가의 A를 '??'나 '앜!!!!!'으로 로 받아들인 경우가 많았으니, 그냥 서로 맞지 않는 것으로 하는 것이 맞겠다.
"잔잔하고, 고요하고, 예술적인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참 좋을 책
하지만, 명료한 문장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조금 고민하셔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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