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된 자에게만 봄이 오는가
산본/공릉의 꽃구경
글/사진 꼬곰주
이 봄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걸어 다니면서 본 꽃들을 찍어 올리는 일상의 단편, 그리고 내 생각...
분명 키워드는 엉뚱해서 검색은 안될 것이야. ㅠㅠ(유입자수로 글쓰기의 즐거움을 얻는 어쨌든 블로거ㅎㅎ)
자주 가던 동네, 익숙한 그곳에서 새로운 카페가 얼마나 생겼냐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길가의 표지판은 잠시 멈춰서 주변을 돌아보라 했다.
3월 초부터 계절은 바뀌고 있었다. 중간에 꽃샘추위에 눈도 오고, 슬러시도 오고, 무엇보다도 미세먼지는 항상 있지만, 그래도 꽃들은 봄맞이에 한창이었다.
모든 동네엔 큰 나무, 작은 나무할 것 없이 봉우리는 맺혔고, 자기 순서가 되자마자 앞다투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3월 중순 공릉동을 찾았다. 화창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행히 공기는 좋았다. 이젠 맑음+따듯보다는 춥고 흐릿하더라도 공기가 맑은 날이 더 꽃놀이하기엔 좋은 날이라 생각하게 된다.
지하철 6호선 화랑대 쪽에는 매화꽃이 활짝 펴서 길 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았고, 그들을 잠시나마 행복하게 해주고 있었다. 나도 그 무리 중 하나였다.
다른 나무들은 잎도 나기 전인데, 홍매화와 하얀 매화는 자기들만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군락지는 아니라서 중간중간 듬성듬성 심어있던 몇 그루였지만, 그래도 마냥 좋았다.
아름다움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게 어디든지 간에 절로 감탄사를 외치게 한다.
누구에게나 향기와 아름다운 순간을 보여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허락된 자에게만 주어진 순간이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봄'이라는 계절은 똑같이 맞이한다. 하지만 미처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된 사람들에겐 그저 지나가는 순간일 뿐일 것이다.
출퇴근을 하다가도 이른 아침부터 피어있는 작은 꽃이라도 발견하고 기뻐할 수 있는 마음
봄을 느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 마음과 함께 잠시 눈 돌림 틈이라도 있는 여유
그 여유 속 잠시 발걸음을 멈춰 꽃의 향긋함과 풀잎의 싱그러움을 봐줄 수 있는 관심
그런 사소한 것들만 내 마음속에 있다면, 꼭 멀리 가지 않아도 봄은 언제나 우리에게 피어있다.
누군가는 빠르게, 누군가는 다 함께, 누군가는 조금 늦게
각자의 시계에 따라, 알맞은 속도로 꽃을 피워낸다.
너무 늦지 않게, 내 인생에도 언젠가 한 번은 꽃이 만발한 봄이 오기를...
기다림에 지쳐 쓰러지기 전에 찬란한 봄이 오기를...
누군가의 마음의 시간은 아직 겨울에 머물러 있더라도
누군가에겐 언제나 봄 같은 인생일지라도
자연은 공평하게 누구에게나 똑같은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그 선물을 받느냐 안 받느냐는, 오로지 자신만의 선택에 달려있다.
마치 이 인생 살아내는데, 중간중간 힘내라며 하늘에서 당근을 던져주는 것처럼...
요새는 꽃을 보면 예쁘다는 생각과 동시에, 평생 간직하고 싶지만 사라져버리는 저 아름다움이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비록, 꽃이 보이지 않는 곳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며 산책을 할 수 있는 여유, 그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그 순간, 그 마음속엔 언제나 사랑이라는 꽃이 피어있다.
(주인을 따라 산책 나온 강아지들과 주인의 교감을 보며 든 느낌입니다. 이런 장면을 볼 때면 애정 어리게 잠시나마 길렀던 울 집 멍멍이가 유독 보고 싶어진다.)
사람이 만든 것은 언제나 같은 모습이지만
알아서 변해주는 풍경 덕에, 그곳은 전혀 다른 공간으로 바뀌기도 한다.
어릴 적 초등학교 등굣길에 개나리가 활짝 핀 울타리 옆을 지나가며, 봄의 즐거움 자체를 느끼던, 그 맑던 마음은 이젠 다시 가질 순 없겠지만
시간이라는 것이 점점 더 빨리 흘러가서 안타까운, 그래서 봄이 더 짧게 느껴지는 나에게도 2019년의 봄은 어김없이 다시 왔다.
겨우내 베란다 배수관이 얼어서 하수 역류라는 고통을 겪은 아래층의 사람들에겐, 어쩌면 그 고통을 이겨낸 보답으로
봄마다 창문 앞에 커다란 꽃다발이 배달되는지도 모른다.
차들이 뿜어대는 매연을 잘 이기고 살아내준 네가 더 대견하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던지 매년 더 풍성한 아름다움을 선사해줘서 고맙다.
미세먼지가 없는 깨끗한 날에는 맑은 공기만 불어와도 반가운데, 그 속에 꽃향기까지 실려오면, 바람이 불 때마다 그 향긋함 덕분에 느끼는 행복이란~ 로또 1등이 된 것 같은 큰 행복은 아닐지언정 그걸 느낄 수 있는 여유와 감성이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느껴보라- 바라보라-
저 어딘가의 발밑
각자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자연을, 다시 가면 오지 않을 2019년의 봄을
매년 봄은 오고, 꽃은 피지만 오늘의 꽃은 지나가면 다시 보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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