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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맛집/서울(노원,도봉,강북,성북)

[성북구 길음동] 길음역 모든 메뉴가 단돈 1천원! 놀랄만한 곳 '옛날떡볶이집'

by 꼬곰주 2019.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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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시절에 정말 많이 갔던 곳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 아주 뒤늦게 최근에야 길음역 근처에 전 메뉴가 1,000원씩이라는 떡볶이집의 존재를 알게 됐다.

 길음역 7번 출구 바로 앞에 있는데, 길음역세권 주택재개발구역이라서 곧 없어진다. 예전부터 알았다면 근처 갔을 때마다 갔을 텐데.. 너무 아쉽다. ㅠㅠ 옛것을 밀어버리고 높은 건물에 으리으리 번쩍번쩍 거리는 건물은 그 지역에 땅이나 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겐 좋은 소식이지만, 기존에 있던 추억이 담긴 곳들이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니, 그 동네를 추억하거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마음 아픈 일일 것이다.

 


길음동 옛날떡볶이



 대학 동기들도 모두 이곳에 가본 적 없고, 존재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우연히 포털사이트에 뜬 다른 분의 글을 읽고 일부러 1시간 넘는 거리를 달려 찾아갔다.

 떡볶이 라면 또 정말 사랑하는 내가 안 가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ㅎ 게다가 그 글을 저녁에 읽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군침이 가득 고여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었다.


 이 길가로 쭉~ 단층의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중에 평범하게 생긴 바로 '옛날떡볶이집'이라고 쓰인 곳이 바로 모든 메뉴 "무조건 1000원!"인 곳이었다.


 평일 오후 5시 정도였는데, 가게 안에도 사람들이 줄지 않았고, 밖에서 줄 서있는 사람도 줄지 않았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떡볶이를 포장도 해가고, 먹고 가고 있었다.




길음역 '옛날떡볶이집'

- 영업시간: 오전 6시 - 저녁 8시

 (어느 분의 글로는 오후 일정 시간 이후로는 재료가 떨어지면 그냥 문을 닫으신다고 하시니, 시간이 애매할 경우 전화를 미리 해보고 가시는 것을 추천함)

- 전화번호(연락처): 02) 912-6322

- 특징: 오래전부터 '전 메뉴 무조건 1000원', 어르신들이 하시는 떡볶이집, 시간적 여유 있을 때 방문할 것을 추천, 먹고 갈 수 있음, 현금&선불 계산




 어르신들이 운영하시는데, 많이 느리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손님도 사람도 많아서 여러모로 기다림이 수반되므로 바쁘신 분들이거나 성질 급하신 분들에겐 맞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갔을 때 내가 서빙과 포장을 도와드려야 하나 몸이 움찔움찔 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한사코 직접 다 하신다고 하시며 자리를 정리해주시고, 음식을 갖다 주시는 모습을 보며 존경심을 느꼈다.





 밖에 포장 줄이 길게 있어서 포장만 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안쪽에 먹고 갈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길음 옛날떡볶이집 가격(메뉴)




주문방법


 기본적인 분식 종류가 다 있다. 가격은 모두 1천원으로 동일하다. 각 자리마다 색연필과 주문 종이가 놓여있고, 수량을 체크해서 현금과 함께 드리면 주문 완료다.


 '가격은 현찰, 선불입니다.'라고 한쪽 벽에 잘 보이게 붙어있다. 현찰이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ㅎ


 내가 갔을 당시엔 정말 사람이 많았는데, 안쪽에서 먹고 가는 사람이 주문을 하려면, 한 명은 자리를 맡고 있고, 나머지 한 명은 주문을 위해 줄을 서 있어야 한다고 했다. 포장이던 안에서 먹고 가던 순서대로 주문을 받아서 음식을 내어주신다고 한 것이다.

 근데 예전부터 오셨던 분들은 원래 이런 거 없었는데... 뭐 이런 반응이었다. 사람이 더 많아져서 생긴 규칙인지는 모르겠지만, '현금/선불/종이에 체크해서 드리기' 이 기본적인 것만 잘 지키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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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라운 건 모든 메뉴의 재료가 국산이라는 것이다. (오징어튀김의 오징어만 수입산)

 그리고 자리마다 있는 색연필의 색이 다르다. 아무래도 해당 자리를 표시해두시는 방법인 것 같다. 





 친구랑 둘이 가서 8개의 메뉴 중 5개를 1인분씩 주문했다. 처음에 이렇게 시키고, 모자라면 더 시켜야지 했는데, 결국은 배불러서 더 시키지 못했다.


 튀김과 꼬마김밥의 경우 4개가 1,000원이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길 여러 번 와 본 사람들 같았다. 대부분이 떡볶이, 김말이, 꼬마김밥을 주문했다. 특히나 꼬마김밥은 포장해가는 사람도 많았다. 처음엔 왜 그런지 몰랐는데, 먹어본 후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떡볶이는 밀떡을 소쿠리 한가득 쌓아두시고, 떡이 떨어지면 판에 계속 떡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만들고 계셨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많은 대표 음식 중 하나인 꼬마김밥은 두 분이서 쉬지 않고 한 곳에 자리를 잡고 계속 만들고 계셨다.





 꼬마김밥 놓은 곳이 따로 마련돼 있었는데, 계속된 주문으로 만들어 쌓아놓기가 무섭게 판이 비어갔다.


 



 어묵을 위한 양념장과 붓, 어묵을 먹지 않아서 무슨 맛인지는 모르겠다.



길음 옛날떡볶이집 '순대, 꼬마김밥(4개), 떡볶이, 오징어튀김(4개), 김말이(4개)'* 각 1인분씩



 5시라 학생들을 포함해서 근방에 사는 사람들이 간식 먹으려고 몰렸는지 사람이 많았고, 그래서 좀 기다려서야 주문한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언제 가야 한가할지는 모르겠다.


 순대는 곧 삶아져서 찜통으로 옮겨진 순대로 썰어주셨다. 보통은 칼로 순대를 썰어주시는데, 여긴 특이하게 가위로 잘라주시더라. 그리고 2명이라 그랬는지 포슬포슬 잘 익은 간도 2 조각같이 주셨다.

2명이 종류별로 1인분씩 총 5,000원어치 시킨 건데, 양이 상당했다. 떡볶이도, 순대도 보통 떡볶이집의 1인분만큼 나왔다. 1,000원이라고 하면 가격이 싼 만큼 양이 적게 나오거나 너무 부실할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절대 그런 양과 비주얼이 아니었다.






 1,000원이라는 가격에 이 정도 양이 나온다면, '맛이 있다 없다, 가성비가 좋다 아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염치없고, 의미 없는 일일 것이다. 카페에서 마카롱 한 조각이 못해도 2,000원, 쪼끄만 케이크 한 조각이 4,000~8,000원 하는 시절이다. 아무리 분식이지만 천 원에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도 먹어본 맛은 내가 느낀 대로 표현은 해보려 한다.



떡볶이




 떡은 밀떡이고, 어묵도 들어있다. 양도 적지 않았다. 달달하고 살짝 매콤한, 초등학교 때 학교 앞에서 먹던 익숙한 떡볶이 맛이었다. 매콤하다고 해도 아주 살짝이라 매운 것 잘 못 먹는 친구도 잘 먹었다.

 떡볶이 국물에서 약간의 전분기가 느껴졌는데, 떡볶이 판에 많은 양의 밀떡을 계속 보충하셔서 그런 것 같았다. 국물에서 밀떡 성분이 우러난 맛이 좀 났다. 약간 지리~하게 늘어지는 떡볶이 국물도 같은 이유였던 것 같다.



순대




 순대는 어디나 비슷하겠지 생각하고 시켰는데, 오~ 강한 후추 향이 날 줄 알았던 순대가, 그런 것 없이 촉촉하고, 부들부들하고, 많이 짜지도 않고, 맛있었다. 간도 포슬포슬하고, 촉촉해서 좋았다.

 함께 간 친구는 순대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꼬마김밥


  



 이것만 포장해 가는 사람도 많고, 사람들이 꼭 하나씩 시켜 먹은 것이 바로 이 꼬마김밥이다.

광장시장에서 파는 마약김밥 비슷한 크기로, 안에는 단무지, 당근, 계란지단, 시금치 등이 들어있다. 시금치 때문에 반으로 잘라먹을 수 없어서 한입에 먹어야 했다. 살짝 김이 풀린 게 있어서 사진을 위해 분해해 찍어봤다.


 재료들도 괜찮았고 맛도 좋았다. 왜 인기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눈이 띠용~ 나올 놀랄만한 맛이 아니다. 평범한 작은 김밥 맛인데, 이상하게 맛이 괜찮다. 짜지도 않고 아무튼 괜찮았다.


   

오징어튀김, 김말이


  



 튀김은 떡볶이 양념에 묻히지 말고 따로 달라고 말씀드렸다.(튀김 주시기 전에 여쭤보신다.)

 튀김은 한번 살짝 더 튀겨서 주신다.


 김말이 내 취향에 딱이었다. 추천이다.

 튀김옷은 많이 두껍지 않고 바삭하다. 안에 당면, 당근, 두부가 들어있다. 두부가 들어있는 김말이를 여기서 처음 봤다.

 두부 때문이었는지 속이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어본 것도 괜찮았지만 난 개인적으로 그냥 먹는 게 더 맛있었다.


  

  



 오징어튀김에는 통통한 오징어가 들어있다. 튀김을 보면 가운데만 살짝 색이 다른데, 딱 그만큼만 오징어가 들어있다. 한 3cm 정도? 나머지 부분은 모두 그냥 튀김옷이다.

 오징어튀김을 좋아해서 시킨 것이었는데, 그냥 김말이나 꼬마김밥을 더 시킬 걸 그랬나 보다. 오징어 값이 하도 비싸니 천 원에 4개나 주신다는 것에 놀랐지만, 이곳이 익숙해 보이는 손님들은 왜 안 시켰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맛있게, 싹싹 다 먹었다. 2명이 5,000원 내고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이런 곳을 운영해주시는 어르신들께 정말 감사했다. 배가 불러서 더 시켜 먹지 못한 게 아쉬웠다.




전 메뉴 무조건 천원 '길음 옛날떡볶이집'



 멀~리서 일부러 찾아갈만한, 색다르고 눈이 번쩍일 맛을 가진 그런 집은 아니다.

 학교 앞에서 먹던 떡볶이집과 비슷한데, 가격이 감사할 만큼 착한 것이 매력인 집인 것이다.

 싸다고 무조건 가서 먹을 맛은 아니라고 누군가는 그러던데, 이 가격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착한 가격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을, 음식이 조금 늦게 나와도 기다릴 수 있는 그런 분들만 가길 바란다.


 1,000원이라고 해서 재료가 부실하거나 양이 적게 나오는 곳이 아니다.

 5가지의 메뉴를 먹어본 결과 꼬마김밥, 김말이 튀김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가까이 있었다면 자주 갔을 텐데, 너무 멀어서 일부러 또 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만약 이 근처 지날 일이 있으면 또 가보고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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