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역 주변으로 1박 2일 혼자 여행을 갔다 왔다.
간 김에 주변에 가볼만한 곳이 있을까 찾아보다가 역 주변에 '백종원의 골목식당' 촬영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중에 사람들의 후기가 많던 국숫집이 눈에 들어왔고, 이때까지만 해도 본 방송은 보지 않았었기에 이왕 보지 않은 거, 편견 없이 맛을 느껴보고 싶어서 다시 보기를 하지 않고 찾아갔다. 다녀온 후엔 그 집의 과거 스토리를 알고 싶어 다시 보기를 했는데 방송에 나온 맛 표현들이 내가 느낀 그대로라 고개가 끄덕여지더라.
평택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걸어서 가기에도 충분히 괜찮은 거리였다.
나가는 출구 번호는 2번.
그쪽으로 나가니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가 나왔다. 마을 길이 격자 형태라 찾아가는 길도 어렵지 않았다. 다만 1번 출구쪽의 번화하고 북적이는 느낌과는 정반대인, 뭔가 황량한 느낌이 드는 곳이라 혼자 걸어가니 조금 무서웠다.
아무튼 내가 목표로 했던 국숫집은 마을의 골목 속에 있는 작고 평범해 보이는 가게였다. 만약에 조사없이 모르고 갔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사람들은 이곳을 평택 할매국수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부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확한 가게의 이름은 '맛짱할매의 멸치국수'였다.
* 오전 11시 오후 3시
(주문 마감 : ~ 오후 2시 40분)
* 휴무일 : 일요일
*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2019.11.20 ~ 2019.12.04 : 93회 ~96회
2020.12.16 - 2020.12.23 148회 ~ 149회 (2020년 겨울 특집)
줄서서 대기 명단을 작성하고 들어갔단 후기들이 많았지만 평일 오후 1시에 찾았을 땐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가게 안의 유리창과 벽에는 여러 방송인, 유명인들의 사인들이 걸려있었고 그 속에는 백종원, 김성주, 정인선의 사인도 있었다.
국수와 김치, 김밥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재료들은 순수 국내산이었다.
원래 사장님이셨던 어머니께서 품질 좋은 국산의 재료들을 고수하셨는데 2대 사장님이신 따님께서도 그 신념을 지키고 계셨다.
(어쩔 수 없는 딱하나, 김밥에 들어가는 부산어묵은 수입산이라 표시됨)
첫 방문이니 가장 기본이자 대표 메뉴인 할매국수와 할매김밥을 먹어보는 게 정석.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김밥 드실 분들은 반드시 국물이 있는 할매국수와 함께 드시길!! 왜 그런지 그 이유는 곧 나옴)
나중에 안 것이지만 할매국수 외에도 비빔국수도 맛있고 여름에만 한정으로 나온다는 열무국수도 맛있단다.
결과적으로 모든 메뉴가 맛있다는 소리였는데 아쉽게도 이날은 나 혼자 갔기 때문에 그 모든 걸 시켜서 맛을 볼 수가 없었다. ㅠㅠ
(열무국수는 여름 한정 메뉴인데 올해는 끝났고 내년에는 4월부터 할 계획이라고 하시니 그때 기회가 된다면 다시 와보고 싶다.)
통영 멸치와 밴댕이, 완도의 다시마를 넣어 7시간 정성 들여 끓인 육수가 이 집의 비법! 그리고 이렇게 우린 육수는 맛짱할매육수라는 이름으로 별도로 포장해 판매도 하고 있었다.
평택 할매국수에선 김치 맛도 유명했다. 그래서 그 김치 양념도 맛짱할매양념이라는 만능 양념으로 나와 별도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국수가 나오기 전 김밥이 먼저 나왔다.
그리고 반찬으로는 김치와 단무지가 나왔다. 반찬은 부족하면 더 갖다 먹을 수 있게 셀프코너가 마련돼 있었다.
단무지는 정말 조금 나왔는데 국수랑 김밥을 먹어보니 왜 그만큼 나왔는지 이해가 갔다. 음식을 먹을 때 김치에만 계속 손이 갔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지 단무지는 전혀 생각이 안 났다.
할매국수에서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는 계절마다 다른데 여름에는 열무김치, 날이 추워지면 배추김치가 나온다고 한다.
아직은 날이 더워서 그런지 열무가 나왔고 그 맛은 진하면서 개운하고 깔끔했다.
(나중에 방송 다시 보기를 했는데 이 열무김치는 익으면 더 맛있다고 한다. 아~ 그 맛도 궁금하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열무는 국수랑 함께 먹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김밥에 얹어먹는 것이 1.25배는 더 맛있는 듯~
할매김밥에는 잘게 썬 어묵들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사용된 김의 종류도 그렇고 말아 진 것도 단단하게 말아져 있어서 전체적인 식감은 탄탄했다. (그렇다고 해서 질기다거나 땡땡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니 오해 마시길)
그리고 짭짤함이 조금 있었다.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다 보면 어묵 국물이 딱 생각난다. 그것도 어떤 맛이면 좋겠다는 특정된 맛의 국물이 떠오른다.
바로 그게 이 김밥의 특징이었다.
네???? 뭐라고요??
이런 반응을 보일 수도 있지만 정말 그게 내가 느낀 이 김밥의 포인트였다.
김밥만 먹었다면 그냥 다른 곳에 비해 어묵이 조금 많이 든 짭조름한 김밥이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뒤이어 나온 할매국수의 국물을 먹자마자 무릎 탁!!!
바로 김밥을 먹으며 떠올랐던 그 맛이 국수의 국물로 나왔던 것이었다.
이곳의 기본이자 대표 메뉴인 할매국수는 멸치육수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 고명을 단순하게 했다는 설명대로 국수 위에는 파와 김가루만 얹어져 있었다.
국물은 진하면서도 깔끔한 맛이었다.
먹어왔던 익숙한 국수&가락국수 국물들과 비슷한 점도 있었지만 끝 맛은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미묘하게 다른 맛이 있었다. 그동안 국수들의 국물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느꼈었는데 이날 여기 것을 먹어보고는 '정말 맛있다! 다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면도 맛있게 삶아져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은 놓치지 않았다. 반찬 없이도 충분히 한 그릇 뚝딱이 가능할 깔끔한 국수였지만 여기에 김치를 곁들이니 젓가락에 가속도가 붙고 침샘의 활동은 더 활발해졌다.
김밥과의 조화는 두말하면 입 아픔~
이 조합은 꼭 드셔 보시길~
원래 국수 먹을 때 국물을 남기는 편인데 여긴 바닥이 보일 정도로 거의 다 먹었다. 덕분에 배가 불러서 김밥 일부는 포장을 해올 수밖에 없었다.
반찬도, 교차해서 먹는 음식들의 조화로운 맛도 모두 마음에 들었으며 여기에 더해 사장님께서도 밝고 친절하게 응대해주셔서 기분도 좋게 식사할 수 있었던 곳이었다.
참고)
국숫집 바로 옆에 돈가스 집도 있는데 여기도 골목식당에 나왔던 곳이라고-
할매국수 부분만 봐서 이곳은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알지 못하지만 만약 이 근처를 또 찾게 된다면 여기도 먹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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