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있는 소설 '진이, 지니'
표지에 그려진 커다란 눈은 소설 속의 주인공이자, 이 소설의 이름에 나오는 '진이'가 '지니'로 연결되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 지니의 눈으로 보는 세상 그 두 시각이 교차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진이, 지니
- 지은이: 정유정
- 출판일: 2019년 5월 27일
- 출판사: 은행나무
- 페이지 수: 388
- 정가: 14,000원 (할인가 12,600원), e북 8,820원
이 전에 정유정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고, 그 작가의 스타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진이 지니가 정유정 작가의 작품 중 처음으로 접해본 작품이어서 기존과 다른 스타일로 소설이 쓰여졌는지 까지는 내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 작가의 다른 소설들을 읽어본 분들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써낸 소설이라는 평을 많이 하더라.
유인원 연구원이자 사육사인 진이는 보노보를 연구하는 캠프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불법 포획돼서 밀거래되는 보노보를 발견한다.
그 보노보를 차마 구하지 못하고 숨어버린 자신을 원망하며 그 죄책감에 오랫동안 공부하던 연구자의 길도 접으려 한다.
그런 이유로 다른 길을 가기 위해 영장류 센터를 그만두던 바로 그날, 예상치 못한 일로 보노보 구조를 하게 되고, 구조된 보노보에게 '지니'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센터로 돌아오던 길에 큰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그냥 시키는 대로 살아오다 30살이 될때까지 취업도 못하고 백수로 사는 민주, 자신의 생일날 집에서 쫓겨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지내던 중 진이가 있던 영장류 센터에 찾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친절한' 진이의 모습을 인상 깊게 본다. 그날 저녁 센터 근처에서 노숙을 하다, 진이가 당한 사고를 목격하게 되면서 진이에게는 민주가 필요하게 된다.
진이와 민주는 보노보 지니를 통해 연결된다. 사고로 꼬여버린 진이-지니-민주, 모든 상황을 정상으로 돌리겠다는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과거에 속 후회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금의 자신에게 다른 선택을 하게 만드는데... 과연 그 선택은 그들을 어디로 끌고 가게 될까?
그냥 읽으면, 판타지가 살짝 섞인 소설, 박진감 넘치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책의 뒤편에 실려있는 문학평론가의 작품해설은 이 소설 속에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해 줬다.
보노보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의 이기심과 잔인함이라던가,
두 주인공이 가진 트라우마가 소설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삶-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를 통해 독자에게도 그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한다는지 등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 그 의미들을 다시 되짚어 생각해보며, 나 자신에게도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기도 했다.
스스로 했던 질문 중 계속해서 뇌리에 남아있는 것은 '과거의 선택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이다. 인간의 잔인함과 이기심은 계속 생각해 오던 것이고,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막연하지만 계속 생각하던 것이었으니까...
특히나 나는 과거를 후회하는 순간이 많은지라, 과거와 선택, 트라우마라는 단어가 가장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평론가의 작품 해설에 이어 작가의 말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따로 찾아봐야 하는 인터뷰가 아닌,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이라던가 이야기 속에 자신의 어떤 부분을 녹여냈다던가 하는 작가의 말은 이 소설을 더욱 잘 이해하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에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고 분석하며 힘들게 읽고 싶지는 않다. 판타지 소설을 읽듯이 가볍게 읽은 후에 '그런 의도가 숨어있을 수도 있겠구나-' 정도로 그 해설들을 접하도록, 책이 구성돼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냥 해설 없이 이야기로만 읽으면 박진감 넘치는 소설,
친절한 해설까지 읽으면 생각도 하게 해주는 소설
'진이, 지니'
과연,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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