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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활동/읽은책

[읽은 책] 상대방이 되어보기- '다가오는 말들'

by 꼬곰주 2019.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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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되어보기

'다가오는 말들'

[은유]

 

 

글/사진 꼬곰주

 

 

 

 

역시나 요새 책을 잘 안 읽어본 현대 독서 청정지역인 나는 '은유'작가의 글을 '다가오는 말들'이라는 책으로 처음 접했다.

책 표지로는 보기 힘든 색상인 한 톤 죽은 청록색, 눈코입이 없는 소녀가 그려진 두리뭉실한 그림

 

겉표지만 봐도 왠지 엄청 차분하고 따분해 보이는 이 기분... 나만 그런가?

좋은 말로 정숙이요, 나쁘게 말하면 따분이라-

 

 

다가오는 말들 : 은유

 

 

다가오는 말들
- 지은이: 은유
- 출판일: 2019년 3월 7일
- 출판사: 어크로스
- 페이지 수: 344
- 정가: 15,000원 / e북: 9,450원

 

책이 나온 지 3달도 안된 따끈한 신간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다른 분들의 서평에는 공통적으로 '문장이 아름답다. 문장이 좋다.'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래서 난 표지와 그 서평을 보고 아름다운 묘사가 많은 글인가 보다 생각했다.

 

 

 

 

책 표지에서 주는 느낌 때문일까- 5월에 읽어야 했던 책 4권 중 가장 마지막으로 책을 펼쳤다.

책은 보통의 두께였고, 분명 한국말도 맞고, 어려운 단어도 그렇게 많이 쓰이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읽는 속도가 많이 더뎠다. 이 책이 유독 그랬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집중하지 않고, 살짝 스쳐읽으면 머릿속에 내용이 들어오지 않아 같은 문장을 또 읽고 또 읽고를 반복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더디게 읽히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이 그런 종류였다.

 

2~3장 정도로 쓰인 짧은 이야기들이 나눠져 담겨있는데, 한 이야기를 읽고 책을 덮고, 한참 후에 또 책을 펼쳐 다른 이야기를 읽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2~3장이 꼭 5~6장이 되는 이야기 같기도 했다.

 

 

 

 

역시나 나도 '문장'에 대한 감탄은 했다. 문장이 정교했다. 뭐랄까- 아름다운 건 아닌데 표현이 아주 신박했다.

같은 상황을 정말 보통의 단어로 표현해 냈는데도 함축적으로 딱! 맞게 담아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보통의 언어였는데도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내기 힘들었던 이유가...)

 

눈 오는 날은 따듯한 날이라는 표현을 '거지가 빨래하는 날'이라고 표현해낸 친구의 말, 지하철에서 만난 지인의 말도 옮겨 실었다. 그렇게 자신의 삶과 사람들 사이에서 오간 말, 책에서 읽은 글 등을 옮기는 것이 작가의 일이라며 이 책의 제목이 '다가오는 말들'로 묶인 이유를 풀어놓는다.

 

 

 

 

이 책에선 사회의 약자들, 이슈가 됐던 사건들, 세월호, 각종 사건의 피해자들 그리고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세월호 유가족들의 슬픔, 삼성 산재 피해자들의 이야기, 사회문제, 열악한 노동 현장의 피해자들 등 약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그들의 아픔, 그것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인지시키는 부분 등은 큰 울림을 줬다.

 

특히나 빨래를 보며 아이의 부재를 느끼고 더 나아가 참사로 아이를 잃은 가족들의 슬픔 속으로 들어간 이야기를 보며, 우리들에겐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일상이 피해자 가족에겐 아픔을 담아낸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됐다. 그 후로는 내 일상 속 모든 사물이 어떤 이에게는 그 아픔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에, 어느 순간 멈칫하게 돼버렸다.

 

 

 

 

그 외에는 작가 자신인 여성으로서, 딸로서, 엄마로서 겪어야 하는 일들과 부당함에 대해 울분을 토해내는 내용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자신이 작가인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표현 방법의 끝에는 '글쓰기'를 빼놓지 않는다. (좀 심할 정도로 기승전-글쓰기-로 끝난다.)

 

 

 

 

여성으로서 겪게 되는 차별, 당연시되었던 역할, 부당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땐 반절은 끄덕이고 반절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끄덕였던 표현 중 가장 뇌리에 강하게 남았던 표현은 김장을 '가사노동의 불꽃'이라고 표현한 것이었다.

어머니의 당연시되는 노동, 삼시 세끼를 차려내는 고통 등, 커가면서, 나이가 들어가고, 나에게 주어지는 역할도 변화하면서 충분히 생각해봤고 겪었던 일들이다.

 

 

 

 

반면, 도가 지나치는 부분이 많아서 정정해주고, 반박해주고도 싶은 부분도 분명 있었다. 그런 부분들이 나올 때마다 작가가 말하는 '상대방이 되어보기' 능력을 발휘해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분명 여성으로서 차별을 받고, 불리했고, 제도적 개선과 인식의 개선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적극 동의한다. 하지만 올바른 비판적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여성으로서 유리했고, 특수하게 누릴 수 있었던 특권도 분명 있었음을 집고 넘어갔어야 했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지 못하고 흥분해서 쓴 글도 있었다. (특히나 노 키즈존에 대한 고찰, 성 노동자에 대한 고찰 등)

 

그렇게 도가 지나치면 또 다른 반감과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킨다. 덕분에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뭔가를 얻었다는 보람이라던가 따듯한 감정, 재미있었다는 등의 긍정적 느낌보다는 껄끄러운 느낌이 많이 남았다.

 

중간중간 다른 책이나 영화에서 인용해온 문구들도 있어서, 순간적으로 + 약간 이 책 한 권으로 여러 책을 읽은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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