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강원도 평창군] 하루에 겨울-봄을 왔다 갔다~ 4월의 눈 쌓인 선자령

by 꼬곰주 2019. 4. 15.
반응형

 

 

 

 

 

하루에 겨울과 봄 두 계절을 넘나들다

'4월의 눈 쌓인 선자령'

 

 

 

글/사진 꼬곰주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단순했다.

4월에 벚꽃이 중부지방을 수놓던 날들이었다. 그런데! 때아닌 눈이!!! 그것도 4월에!! 강원도 산간 지방에 내렸다고 했다. 속초 설악산으로 벚꽃 구경을 갔다 오는 길에 이 이상한 4월의 눈도 보고 오자는 급작스러운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첫 번째 목적은 대관령 삼양목장이었다. 제일 익숙해서 가기가 편했다. 매년 초여름과 가을, 겨울에 대관령을 가고 싶어 하며, 대관령 하면 삼양 목장을 떠올리는 곰이와 눈누난나 열심히 달렸다.

 

 

4월 평창의 눈

 

 

속초에서 출발할 때도 눈이 녹지 않아 설악산의 윗부분이 하얀색인 것을 볼 수 있었고, 1시간 정도 달려온 평창의 산 위에도 하얀 눈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산 뿐만 아니라 약간 낮은 곳에도 눈이 쌓여 있었다. 참 신기했다. 서울/경기 수도권에서는 벚꽃이 만발이었는데, 여긴 아직 겨울 같았다.

 

 

 

 

삼양목장으로 향하던 중, 도로에 걸린 안내 문구가 보였다. '삼양목장 임시 휴장'(2019.4.8~4.18)

끄헉!!!!!

 

 

부랴부랴 다른 눈 쌓인 주변의 그럴싸한 출사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눈 보러 간다 했던 내 말을 듣고 언니가 추천해준 '선자령'이 생각났다. 급하게 찾아본 결과 몇몇 사진에서 풍력발전기와 함께 눈 쌓인 언덕이 있는 모습이 괜찮아 보였다. 삼양 목장 같은 언덕 위에 하얀 풍력발전기가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선자령으로 목표를 변경했다.

 

 

선자령 등산로 안내

 

 

이름이 생소했던 선자령- 지도로 찾아보니 삼양목장, 양떼목장, 대관령 하늘목장, 선자령 이렇게 세 곳이 인접해 있었다.

양떼목장 앞에 있던 '대관령 마을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우린 그렇게 미지의 선자령을 찾아 나섰다.

그곳에서 오른 편으로 쭉- 올라가니 선자령 등산로를 알려주는 안내 지도가 나왔다. 뭔가 이상했다. 이때 그만뒀어야 했다. ㅠㅠ 그래도 일단 한번 가보자며 꿋꿋하게 등산로 입구로 향했다.

 

 

 

 

가는 길에 공포감을 느끼게 해준 풍력발전기가 있었다. 위험 문구와 함께 발전기의 날개가 돌아가는 소리, 그림자가 더해지니 멀리서 볼 때와는 다른 공포감이 느껴졌다.

 

 

 

 

그림자가 꼭 공포영화에 나오는 악마의 그림자 같았다. 근데- 그 와중에 곰탱이는 재미있는 걸 생각해냈다. ㅎ

여기까지는 재미있어하며 힘차게 그곳으로 향했다.

 

 

선자령 가는 길

 

 

그리하여 도착한 선자령 등산로 입구~

등산로 입구임을 알려주듯 '평창 스탬프 투어: 스탬프 찍는 곳' 박스가 나타났다. 음... 계속 분위기가 이상했다.

 

 

 

 

그냥 언덕을 가서 4월에 이상하게 내린 눈 쌓인 언덕을 찍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앞에 나타난 건 고생문이 열리는 듯한 그런 모양새였다.

 

 

 

 

이왕 온 거 전망대까지만이라도 가자며, 서로를 격려까지 하며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이 참 잘 돼있고, 봄인데 다른 곳은 꽃 잔치인데, 여긴 눈이 쌓여있다며 오오~~ 하며 올라갔다.

 

가방엔 a7r2, 12-24mm, 35mm, 70-200mm 내 모든 장비가 담겨있는 채로... (언제 저 세트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직접 재 봐야겠다;) 예전 같았으면 가방에 물 몇 개만 들어있어도 화냈을 텐데, 이젠 내가 저 애들을 메고 다닌다. 목표가 생기면 사람은 변하는 것 같다. 내가 이럴 줄이야 ;;

 

 

 

 

조금 오르니 헬기장 표시가 된 곳이 나왔다. 선자령 정상이 4.7km나 남았다고 나왔다. 이곳저곳 둘러봐도 주변에는 풍력발전기가 보일만한 곳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좀 더 높게 올라가면 모르는 곳이 나오겠거니 하면서 계속 올라갔다.

 

 

 

올라가는 중에 눈이 녹아 땅이 진흙으로 미끈거리면서 발이 푹푹 빠지는 구간이 나왔다. 조심조심 잘 가서 신발을 어느 정도 지켰지만, 얼마나 더 버텨줄지 모르는 일이었다. 갑작스러운 산행이 시작돼서 등산화도 없었고, 산행을 할 생각도 없었는데, 참 난감했다.

우리가 올라가기 시작한 것은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길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어쩌다가 만난 분들도 정상을 찍고 내려오시는 길이었는지, 우리와 반대로 가고 계셨다. 그리고 우리의 차림은 그냥 편안한 나들이 복장에 통기성 좋은 운동화였는데, 그분들은 등산복이었다. 어쩐지 그분들이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셨던 건 내 오해가 아니었다.

 

 

 

 

"그래- 그래도 이때까진 길이 나름 편하게 돼 있고, 정상까지는 무리고 전망대까지만 가면 뭔가 있을 거야!"라며, 중간중간 눈놀이도 하고 무거운 어깨와 함께 힘을 쥐어짜 올라갔다.

 

 

 

우리가 갔을 때도 바람이 세게 불었는데, 여긴 언제나 바람이 세차게 부는 곳이라는 걸 증명하듯 나무들은 모두 한쪽으로만 가지가 뻗어 있었다. 하기야 그 커다란 풍력발전기가 휭휭 돌아갈 정도면, 바람의 세기가 얼마나 되는지는 충분히 증명이 되고도 남는다.

 

 

 

 

올라가다 보니 웬 철탑이 나왔다. 아마도 KT 송신소였을 것이다. 그 옆으로 선자령을 다녀간 산악회의 띠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올라가는 길이 포장이 잘 돼 있다며 말하는 순간-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갔다. -_-; 관계자들의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길이겠지만, 그 차를 보는 순간 허무함이 밀려왔다. 나름 여기까지 힘들게 올라왔다 생각했는데 왠지 헛수고를 한 느낌이었달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갔다. 좀 만 더 가면 전망대가 나올 것만 같았다. 지도상으로는 여기까지 온 것만큼 더 가야 하는 길이었지만 말이다.

 

 

4월 선자령

 

 

바람도 차고, 주변은 눈에다가 바닥은 미끈거리고, 이 이후의 등산로는 진흙 밭이었다.

 

 

 

 

신발 속으로 축축함과 질퍽거리는 것들이 마구마구 들어왔다. 이미 신발을 버렸다며 꿋꿋하게 더 올라가다가 그 위로 보이는 길들의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보고 결국은 포기하고야 말았다.

 

 

 

 

장렬하게 패했다. 하필이면 하얀 양말을 신고 간 날이었다. 신발 안은 축축, 그냥 물도 아니고 진흙으로 진탕 젖어버리고, 어깨는 내 카메라와 렌즈들 덕에 아주 뻐근했다. 바람에 버리는 나부껴서 메두사가 되었고, 얻은 것은 이런 곳은 철저한 조사와 계획을 세우고 와야 한다는 교훈뿐 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기와 저~~~ 멀리 보이는 눈 쌓인 언덕의 모습이 참으로 ......

공기는 깨끗한 것은 마음에 들더라. ㅎㅎ 바람과 온도, 주변에 쌓인 눈- 여긴 확실히 겨울이었다.

 

 

 

 

나부끼는 리본들을 지나

 

 

 

 

내려갔다. 하늘에는 웬 낮달? 이 쨍~ 하게 떠있었다. 핸드폰으로 찍으니 티끌처럼 나온다.

 

 

 

 

거의 다 내려왔을 때쯤엔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잘못해서 좀 더 올라갔음 조난 당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승부역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공포를 다시 살아날뻔했다.

 

 

 

 

눈이 오면 아름다운 설경으로 유명한 곳이라는데, -_-;;; 내가 그 사진을 잘 못 봤다. 인스타그램에 누군가 해시태그로 선자령이라고 하면서 '언덕+가까이 보이는 풍력발전기+눈'이 있는 사진을 올려놨더라. 이런!!!!!#$^$@%&!!!! 해시태그에 당했다.

 

점점 내려올수록 겨울 같은 공기가 조금씩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눈이 쌓인 옆으로 졸졸졸 흐르는 물도 보이고, 녹색 풀들도 보였다. 올라갔다 내려오니 아주 잠깐이었지만, 다시 겨울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꽃을 보면 그 꽃이 사라질까 안절부절하고, 억울한 느낌이 들었는데, 겨울에 다시 갔다 오니 마음은 왠지 편안했다. ㅎ(내가 이상한 건지;;)

예쁨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봄을 너무나도 아쉬워하니 다시 봄을 맞이해보라며, 겨울에 한번 퐁당 담갔다 나오는 경험을 '당한 것' 같았다.

 

 

 


 

 

집에 와서 이것저것 찾아보니 내가 본 사진은 선자령이 측면으로 보이는 '대관령 하늘 목장'에서 찍은 사진이거나,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찍은 사진임이 틀림없었다. 후...

 

 

선자령은 산이다. 속지 말자. 단단히 준비하고 오르자.

가방에는 장비들이 들어있긴 했으나, 오르는 중 카메라는 꺼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나마 핸드폰으로나마 겨우 찍은 게 다다.

목표로 했던 건 4월의 눈이었고, 어쨌건 '4월의 눈 사진'을 남겼으니 그냥 그걸로 됐다며, 화를 가라앉혀 본다. 그리고 되뇐다. 해시태그에 속지 말자.

 

나중에 푸르른 하늘목장이나 가봐야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