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적 만남
망원동 중국집 '행운각'
글/사진 꼬곰주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일이 있었다. 망원동 쪽이 만나기 편하고, 뭐가 많으니 그곳에서 만나자고 했으나, 결론적으로 가장 늦게 끝나는 친구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실패한 선택이었다.
원래 가려 했던 유명한 고깃집에 줄을 섰으나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해 순번이 지나가버려서, 두 번째 줄 서기를 하고 있었다. 공기는 좋았지만, 꽃샘추위로 겨울바람이 불고 있던 날이라서 야외에서 덜덜 떨며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과, 참아왔던 배고픔이 슬슬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줄을 서고 있다가 결국은 다른 집에 가자는 결론이 났다. 마침 아주 가깝게도 길 건너에 내가 좋아하는 중국집이 보이는 게 아닌가!!! 탕수육이 먹고 싶다는 내 의견을 따라 건너편 중국집으로 무조건 들어갔다.
이름하여 행운각! 이름을 모르고 들어갔지만, 나중에 이 이름처럼 정말 우리에겐 행운이었음을 알게됐다.
망원동 중국집 '행운각'
- 영업시간: 오전 11시 - 저녁 9시
- 연락처(전화번호): 02)333-4555
- 배달 가능
지금 보니 영업시간이 저녁 9시까지였나 보다. 우리가 8시에 들어가서 대충 다 먹었을 때가 영업종료 시간이 거의 다 됐던 거였다. 별말씀 없으셨는데, 약간 정리하고 계시는 분위기여서 죄송해서 대충 정리하고 나왔는데, 아무래도 우리 때문에 이날 문을 늦게 닫으시게 된 것 같다.;;;;
처음에는 탕수육을 먹고 싶다고 이곳을 선택한 나에게 맞춰 탕수육 1개와 짜장/짬뽕을 시키려 했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여자 셋이 너무 많을 것 같다며 극구 말리셔서 '그뤠잇 알뜰세트' 중 1학년(탕수육 소, 짜장 1, 짬뽕 1/18,000원)을 주문했다.
우리가 좀 많이 먹어서 아무래도 모자를 것 같았는데, 여기가 양을 많이 주시나 보다 했다. 먹고 모자라면 더 시키자는 생각으로 우선은 사장님 말씀을 듣기로 했다.
보통 이런 말씀 안 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정직하게 운영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부족하진 않았지만, 매우 배부른 정도가 아닌 = 배고프진 않았지만 배부르지도 않고, 적당한 것 같지만 2%의 포만감은 더 느끼고 싶은 정도로 식사 겸 반주를 마칠 수 있었다.(보통 여자들보다 우리가 양이 많았던 걸로 ㅎㅎㅎ)
*네이버에서 검색된 정보로는 현금 결제 시 식사는 1,000원/탕수육 2,000원 할인된다고 한다. (세트메뉴는 할인 제외)
행운각 식재료 원산지
- 돼지고기, 쌀: 국내산
- 나머지 : 수입산
굳이 사진까지 찍진 않았지만, 우리가 앉았던 자리의 벽 쪽으로 유명인들의 사인이 꽤 많이 붙어있었다.
식탁에 살짝 보이지만, 이날 소주도 2병 마셨다.
요리가 나오기 전에 사장님께서 고추만두를 서비스로 내주셨다. (사진이야 먹다가 중간에 다 나왔을 때 모아서 한 번에 찍은 것이지만.. ㅎㅎ)
고추만두의 모양이 특이했다.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길쭉한, 이름 그대로 고추 모양의 만두였다.
속이 비쳐서 그런 건지, 만두 피에서 약간 초록빛이 도는 건지, 색도 고추색을 띄고 있었다.
일반적인 맛이겠지~ 하고 먹었는데!이야- 난 이거 정말 마음에 들었다.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데, 기름에 튀긴 것이라 느끼할 만한데 매콤한 고추맛이 그 느끼함을 딱 잡아줬다.
바로 입맛이 돋워지며, 술 한잔 기울였다. ㅎㅎ 함께 먹는 친구들도 만두 맛있다며, 마음에 들어 했다.
만두가 유독 내 가까이 있어서 내가 나중에 만두를 제일 많이 먹었다는 건... 친구들이 모를 줄 알았는데, 다 알고 있더라; 섬세한 것들! ㅎㅎㅎ
고추만두라는 글자는 메뉴판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았는데, 나중에 가서 이거 따로 주문할 수 있냐고 여쭤봐야겠다.
탕수육은 약간의 쫀득함이 약~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바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었다. 튀김옷의 색이 밝은 색이었으며, 속의 고기 상태도 괜찮았다. 편차가 조금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괜찮은 편이었다. 소스는 약한 생강 향이 나면서 신맛이 적었고, 나올 때 탕수육에 뿌려져 나온다. (찍먹하시는 분들은 미리 말씀드려야 한다.)
짬뽕은 매콤했고, 불 맛은 없었다. (강한 불향은 몸에 안 좋은 합성향일 가능성이 많다.) 이곳 행운각 면류(짜장면, 짬뽕 등)의 가장 큰 특징은 면이 다른 곳보다 얇다는 것이었다.
짬뽕의 해물도 예쁜 모양으로 데코 돼 들어가 있었고, 채소와 해물의 상태가 최상은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탱탱하고 야들 거리는 느낌의 얇은 면발이었는데, 친구들이 면이 얇으니 양념이 잘 배어들어 더 맛있었다며 마음에 들어 했다.
짬뽕과 마찬가지로 얇은 면이었다. 면이 얇으니 양념들이 더 많이 묻은 채로 먹을 수 있었다. 한가지 아쉬웠던 건 짬뽕은 그렇지 않았는데, 짜장면의 면은 중간중간 살짝 단단했던 것이 있었다. 급하게 삶으셔서 그런지 내가 늙은 건지 ㅎ 조금 더 삶아 주셨다면 더 맛있었을 것 같다.
망원동 '행운각'
원래 목적지였던 고깃집을 기다리다 못 참고 우연히 눈에 보이는 곳에 들어간 것이었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었달까~
그 동네에 사는 친구는 이젠 이 집에서 배달시키겠다며 명함과 전단지를 챙겨갔다.
망원동에서 셋이 만나서 가장 저렴하게 저녁을 먹으며 술을 한잔 한날이기도 했다.
일부러 막 찾아갈 맛은 아니었지만, 서비스로 나온 고추 군만두는 계속 생각난다. (이건 추천)
맛도 괜찮았고, 완전 배부른 건 아니었지만(우리가 보통 여자의 양이 아니었음) 이 근처 가서 엉뚱한 것 먹을 고민 없이 다시 찾게 될 것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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