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망원동투어를 한 날~
속썩이는 밥집에서 기분좋지 않은 식사를 한 후 카페를 들렸는데, 이 카페에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원래 계획이었다면, 이 카페를 나와서는 하늘공원에서 시작하는 억새축제에 갔을테지만, 귀찮음이 발동해서 결국 그냥 다른 카페를 하나 더 가기도 했다. ㅎㅎ
계획 변경의 원인이 이 카페에서 나른함을 경험해서 그럴수도 있다. ㅎㅎ
친구가 이 일대의 카페 중 가고 싶은 곳을 미리찍어놨었고, 그 중 하나였던 블랭크 커피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냥 지나다니다가 보이는 카페에 가려고 했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건물 옆- 계단아래에 살포시 놓여있는 '커피집'이라는 나무판이 이 곳이 카페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찾은 블랭크커피(blnk coffee)는 오픈한지 몇 달되지 않은 신상카페였다.
망리단길의 주요거리에서 살짝 벗어난, 조용하고 한적한 골목 안쪽에 위치한 작은 카페다.
다음카카오맵에서는 '블랭크'로 찾으면 검색가능하다.
망원카페 '블랭크커피 Blnk coffee'
- 영업시간: 오후 12시 - 저녁 9시
- 휴무일: 월요일
- 인스타그램 @blnk_kr
카페 앞에 벤치가 있었는데, 그곳에 시크하게 앉아서 인증샷 찍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 같다.
카페에 들어가기 전 이곳에 이름이 무엇인지 잘 알 수가 없어서 대체 카페 간판은 어디 있나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더니,
그 커피집이라고 쓰인 나무판자 위쪽+왼편에 까만색 이름표가 조명을 받고 있는 게 겨우 보였다. 이것도 친구가 안 찾아줬으면 몰랐을 뻔 ㅎㅎㅎ;;
처음에는 이름이 없거나 이름이 정말 그냥 '커피집'인 줄 착각할 뻔했다.
그 커피집이라고 쓰인 판자 뒤에 나무판자가 놓인 곳도 있는데, 그곳도 손님들이 앉는 야외 자리로 이용되는 것 같은 느낌이...
간판은 발견했으나 이건 또 어찌 읽나.... 했더니, 블랭크라고 읽으면 된다고 한다.
지도에서 아무리 한글 발음으로 '블랭크커피'라고 쳐도 안 나오더니... 주소 등록도 blnk coffee로 해 놓으셨던...
간판 숨겨놓기가 아무리 유행이고, 카페 이름을 읽기 힘들게 쓰는 게 유행이라고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이런 카페들을 만날 때마다 당혹스러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가격&메뉴
음료 종류가 너무 많지 않아서 나는 좋았다.
메뉴판부터가 혼란스러우면 그곳의 주제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1인, 단순한 걸 좋아한다. ㅎㅎ
가격대는 6~7,000원대로, 좀 높은 편이다.
커피를 마실 경우 2가지의 원두 중 선택이 가능하다. 카운터 앞에는 그 원두들에 대한 생산자와 생산지의 설명이 붙어있었다.
이 날 있던 원두는 콜롬비아 원두와 에티오피아 원두였다.
- 부에나 비스타 후일라/콜롬비아 : 살구와 자두의 그윽한 산미
- 아로레사 시다모/에티오피아 : 꽃의 아로마와 달콤한 라임의 은은한 풍미
필터커피라는 것이 있어서 일반적인 핸드드립인 줄 알고 그걸로 주문했다.(나중에 커피 내리는 걸 봤는데, 기존에 알던 핸드드립과는 살짝 달랐더라는...)
친구도 나도 모두 필터커피로 시키면서, 원두를 각기 다르게 선택해서 주문해봤다.
그러면서 하나는 아이스, 하나는 따듯한 걸로~ (아이스 주문 시 500원 추가)
콜롬비아 원두는 보통 무난하고 산미가 크게 없는 커피로 알고 있었는데 테이스팅 노트에는 그윽한 산미가 있다고 나와있었다. 실제로 마셔보니 정말 그 산미가 느껴졌던...
디저트는 테린느 2종(말차테린느, 초코테린느)이 있는데, 디저트 쇼케이스도 없고 그림 같은 것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메뉴판에만 작게 쓰여있어서, 주문할 당시에는 디저트가 없는 줄 알았다;
보통 음료만 보고 바로 주문하고 자리를 잡는 꽤나 성질 급한 사람인지라, 주문할 당시에는 메뉴판을 끝까지 보진 않는다.
견물생심이라고~~ 그림이라도 작게 그려서 붙여놓으시면 좋을 것 같다.
블랭크커피 분위기
1~2인용 테이블만 몇 개 있는 작은 공간이었는데, 은은한 분위기라고 하면 그렇게 얘기할 수 있고, 또 다른 말로는 아늑함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다.
출입문 쪽을 제외하고는 큰 창이 없고, 조명도 약하게 해놔서 전체적으로 살짝 어두운 느낌이 있다.
그래도 벽이나 소품들은 밝은 색상에다가 소품들도 심플하게 구성해놔서 답답하거나 좁은 느낌이 크게 들진 않는다.
동네 골목에 숨은 작은 카페를 우연히 찾아서, 음악을 들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선곡해서 틀어주시는 음악이 이 공간과 분위기가 참 잘 어울렸다.
요새는 사진찍을 거리가 많거나 볼거리가 많은 카페가 인기가 많은데, 가끔은 이런 분위기의 카페를 찾아가면 바쁜 일정 속에 쉼표를 찍어주는 것 같아 좋다.
평일 어중간한 시간이라서 그럴 수도 있으나, 신상카페를 평일에 갔을 때는 높은 확률로 이런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긴 하다.
예전에는 신상카페들 꽤나 찾아다녔는데, 요새는 그렇게 찾아다닌지 오래된 것 같다.
그렇게 다니기엔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 ㅠㅠ;;
문 턱에 쓰여있던 memory is embroidered in here.
모르는 단어 있어서 찾아봤네;; 기억이 여기에 수 놓여 있다는 뜻이란다. (외국어 울렁증이 있어서... 난 한글이나 잘해야지.. 한글도 못 떼서 힘든 1인 추가요~)
문 턱에 이런 글자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갈라진 시멘트 위로 글자가 있으니 웬지 분위기 있어보인다.
은근 쑥스러워 하시던 조용한 사장님-
양해를 구하고 커피 내리는 것을 찍었는데, 처음 보는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셨다.
대류를 일으켜서 물과 원두가 최대한 많이 만나게 하는 방법인가 보다. 그래서 핸드드립이나 드립커피라고 안 하고 '필터커피'라는 이름을 붙었나 추측을 해본다. 정말 필터가 원두가루만 필터링해주는 역할을 했달까-
게다가 저울로 물 양까지 측정하시면서 추출을 하셔서 그것도 신기~
필터커피를 마시며-
부에나 비스타 후일라 (콜롬비아) 커피는 아이스로 시켰는데, 아이스라서 처음부터 산미가 좀 강하게 느껴졌다.
콜롬비아 커피는 고소하고 무난한 커피로 알고 있었는데, 산미가 올라오는 콜롬비아 커피가 있다는 것을 경험한 날 ㅎㅎ;
따듯하게 주문한 아로레사 시다모 (에티오피아)는 온기를 잘 유지시켜주는 묵직한 찻잔에 진하게 내려져서 나왔다.
커피가 막 나온 직후 뜨거울 때 마셨을 땐, 산미도 없고 부드러우면서 달달한 맛이 났다. 게다가 끝에 향긋한 꽃 향까지 느껴져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역시나 커피가 점점 식으면서 산미가 올라오긴 했지만... 첫모금 들이킬 때의 다채로운 맛이 매력적이었다.
디저트 : 말차테린느
커피만 마시고 있었는데, 중간에 사장님이 말차테린느를 서비스로 주셨다. 이 때가 돼서야 디저트도 이 카페에서 판매 중인것을 인지함;;;ㅎㅎㅎ;;;
테린느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디저트로, 생초콜릿 같기도 하고 꾸덕한 브라우니 같기도 한(생초콜릿과 양갱의 중간?) 그런 식감이 특징이라고 한다.
블랭크커피의 말차테린느도 쫀득하면서, 꾸덕하고, 위에 얹어진 생크림과 함께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너무 달지도 않고,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에 은은하게 퍼지는 말차향이 커피와 잘 어울리는 디저트였다. 옆에 데코 돼 있던 허브 잎도 먹어봤는데, 향이 좋아서 몇 줄기 혼자 씹고 있었더라는 ㅎㅎ;
맛과 식감이 좋아서 이 디저트 추천-
조용한 골목길에 숨어있는 아지트 같은 망원동의 작은카페 '블랭크커피'
독특하게 내리는 필터커피 맛도 보고, 쫀득한 테린느까지 맛있게 쉼표 한 모금했다.
카페 안에 흐르는 음악까지 너무나도 분위기 있었던 카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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